쪽방 형태로 된 일본의 한 PC방. 경기침체로 하루아침에 하류 계층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본에선 최근 PC방을 주민등록상 거주지로 신청하는 ‘넷 카페 난민’이 늘고 있다. 사진 출처 아사히닷컴
39세 이혼남 일본인 A 씨. 공사 현장 막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 그는 현재 도쿄에서 가까운 사이타마(埼玉) 현 와라비(蕨) 시에 있는 PC방에서 살고 있다. 지난가을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사이버@카페’ 간판을 단 PC방으로 옮긴 그는 주민등록상 거주지도 PC방 주소로 적었다. 이 주소로 운전면허도 갱신하고 국민건강보험도 신청했다. A 씨는 현재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이른바 ‘넷 카페 난민(PC방에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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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평균 월수입은 16만∼20만 엔(227만2000∼284만 원)이며 통장 잔액은 20만 엔가량이다. 그는 일자리를 알선해 줄 인력파견업체를 오가는 교통비도 줄이고 주거비를 아끼려고 결국 PC방을 택하게 됐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A 씨처럼 PC방에 거주하며 주민등록상 주소로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본 PC방은 대부분 손님이 혼자 이용할 수 있는 독방들로 나뉘어 있어 칸막이 형태로 된 한국과는 다른 구조다.
방 하나 크기는 성인 한 명이 들어갈 정도로 작으며 내부에 PC, 의자 등 기본 설비가 마련돼 있어 한국의 ‘고시원 쪽방’을 연상케 한다. 일부 PC방은 A 씨 같은 장기 체류자를 위한 전용 쪽방을 만들어 임대사업을 할 정도다.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격차사회(隔差社會·양극화)’의 그늘이 서민들의 주거 환경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임차료는 매달 5만7600엔(81만7920원) 정도. 월세도 저렴한 데다 보증금, 보증인이 필요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A 씨가 살고 있는 PC방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PC방으로 등록된 ‘주민’ 4명이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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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