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성’에서 주인공 소년 누리와 마법사 소녀 매직시스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과학 원리를 푼다. 줄의 최대장력 문제를 풀기 위해 자신들을 직접 줄에 묶는 일도 감당해야 한다. 사진 제공 함께읽는책
◇ 안티 사이언스 랜드/ 정완상 지음/260쪽·1만3800원·함께읽는책(중고생)
‘과학의 성’ 들어가려면 문제 맞히라고?
과학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주인공 소년 누리.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가다 다른 세계에 들어서 버린다. 누리 눈앞에는 매직시스라는 이름의 마법사 소녀가 있다. ‘과학의 성’에 살고 있는 매직시스는 규율을 어긴 탓에 성에서 쫓겨난 상태.
매직시스가 성으로 돌아가려면 ‘과학의 성’을 방문하는 사람이 성 안의 과학 고수들과 대결해 이겨야 한다. 매직시스는 누리에게 그 일을 부탁한다.
속도, 장력, 작용과 반작용, 운동량과 충격력, 에너지 보존법칙과 무게 중심, 전자기 운동, 금속의 산화….
과학을 좋아하지 않으면 골치 아픈 ‘시험 문제’로 들릴 물리학과 화학의 주제이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흥미진진하다. 경상대 기초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물리학과 화학을 가상공간인 ‘과학의 성’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 형식에 녹여냈다.
주인공인 누리가 ‘과학의 성’에서 독특한 캐릭터의 과학 고수들을 만나고 이들이 내는 문제를 모두 풀어야 성주를 만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모험 중에 누리와 매직시스는 장력의 고수 포시아와 맞닥뜨린다. 포시아는 누리가 자신과 대결한 스무 번째 인물이고 열아홉 번째까지는 게임에서 져 사물이 돼버렸다고 겁을 준다.
줄에 힘을 작용하면 줄은 원래 상태로 되려 한다. 이 힘이 장력이다. 줄의 최대장력을 넘는 질량의 물체를 줄에 매달면 줄은 끊어져 버린다.
최대장력을 활용한 포시아의 문제는 무시무시하다. 누리와 매직시스에게 푸른색 줄과 붉은색 줄을 준다. 푸른색 줄은 붉은색 줄보다 최대장력이 세 배 크다. 두 개의 줄에 두 사람이 매달려 1분을 버티면 되지만 줄을 매달 천장 아래 바닥에는 악어들이 입을 쫙 벌리고 있다. 누리와 매직시스는 어떤 색깔의 줄을 먼저 매달고 그 줄에 누가 매달릴지를 선택해야 한다.
누리와 매직시스는 게임에서 이겼다. 어떻게 풀었을까. 최대장력이 큰 푸른색 줄을 천장에 매달고 매직시스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누리가 이 줄을 잡았다. 붉은색 줄은 누리 다리에 묶고 이 줄에 매직시스가 매달렸다. 최대장력의 원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