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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홀릭’들 이제 집에서 마신다

입력 | 2008-12-01 15:57:00

사진제공 인터파크

칼리타 핸드밀. 사진제공 인터파크


스타벅스는 부담스럽고 커피믹스는 맛이 없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그렇다고 취향까지 버리자니 사는 낙이 없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산다는 '커피홀릭'들의 선택은? 커피 직접 만들어 먹기다.

이현주(29·서울 서대문구) 씨는 요즘 직접 만든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출근한다. 출근길마다 회사 앞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 들고 출근했지만 매일 아침 4000~5000원씩 하는 커피 값이 부담스러워 아예 에스프레소 기계를 집에 들여 놓았다. 초기 비용은 비싸지만 길게 보면 커피 값으로 새어나가던 용돈의 총합보다 저렴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 나도 집에서는 바리스타

이씨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출하던 커피 값도 줄일 수 있다"고 적극 추천했다.

최근 '커피홀릭's 노트'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커피 제조법을 담은 책들도 인기다. 이씨와 같은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밥솥으로 로스팅(볶기)하고 믹서기로 글라인딩(갈기) 하기 등 간단하고 저렴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홀릭 따라하기'가 유행이다.

요즘 송혜진(30·서울 영등포구) 씨는 퇴근 후 '커피놀이'가 취미다. 즐거울 때는 아메리카노, 우울할 때는 카푸치노 이렇게 메뉴를 정해 놓고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때로는 친구들을 초대해 커피를 대접하기도 한다. 송씨는 "커피는 음식이 아니라 일종의 취향"이라며 "주머니가 가벼워져도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불황 속 호황' 커피 관련 상품들

커피 관련 상품의 매출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불황의 찬바람도 상관없어 보일 정도다. 온라인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9~10월 판매량 기준으로 커피메이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 에스프레소머신도 31%나 증가했다. '컨벡스 끄레마니아'(16만4000원) 등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메이커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다.

원두커피 9~10월 판매량은 전년보다 87% 늘었고 커피 여과지 판매량은 전년보다 무려 414% 늘었다. 직접 커피를 제조해 마시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에서도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 원두 판매량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커피원두의 10~11월 매출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 가전팀 정희숙 MD는 "10월부터 11월까지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량 증가했다"며 "수입 물량이 동났던 에스프레소 머신 '세코(Seaco)' 제품들의 판매를 최근 재개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