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어도 공장증설 꿈도 못꾸고… 집 낡아도 재개발 불가
경기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위치한 페어차일드코리아사는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를 생산해 연간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토란 기업이다.
매출이 계속 늘어 2001년부터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수도권’에 자리 잡은 탓에 과밀억제권역에 묶여 정부가 증설을 허가해 주지 않았다. 결국 이 회사는 2003년 중국에 공장을 증설해야 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연간 1500명의 일자리와 13억 달러의 매출 효과가 잘못된 수도권 규제 때문에 중국으로 날아간 셈”이라며 “중앙정부에 수없이 문제를 제기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주민들은 행정구역의 절반가량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돼 변변한 건물 한 동 지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옛 도심 지역이라 노후 건축물이나 주택이 많지만 고도제한(45m 이상 신축 금지)에 걸려 재개발 추진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여기에 정부가 초고층인 서울 제2롯데월드 건립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성남 주민의 지속적인 개선 요구는 외면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하다.
이처럼 수도권 규제를 포함한 중앙정부의 획일적 규제와 정책 방향에 대해 수도권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남지역 45개 시민단체는 14일 고도제한 철폐를 위한 합동회의를 열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1월 초부터 국방부와 서울공항 등 관계기관을 항의 방문하고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기로 했다. 잘못된 규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주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공장과 학교 신축이 묶여 있는 바람에 자족(自足) 기능이 떨어지면서 도시 발전이 크게 저해되고 있다는 강현석 경기 고양시장은 “지방 대 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도시들의 생존 문제인 만큼 조만간 대도시시장협의회를 통해 중앙정부의 수도권 죽이기 정책을 시정하라고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규제 완화로 자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2001년 이후 대기업, 노동, 창업 등 분야에서만 총 1500여 건의 규제를 풀었다. 2002년 ‘공장제한법’, 2006년 ‘공장재배치촉진법’ 등 국내의 수도권 규제법과 비슷한 법들을 모두 폐지했다.
그 결과 2002년 소니가 8mm 비디오카메라의 중국 공장을 일본 나고야 인근으로 옮기는 등 일본 기업들이 속속 U턴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15년간 규제 완화로 얻은 경제적 효과는 약 150조 원에 이른다는 게 일본 내각의 분석이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은 14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중앙대 산업경영연구소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수도권 공장 증설과 공장 건축총량 규제를 완화하면 연간 총 생산액 증가가 약 16조3000억 원, 부가가치액은 7조7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7% 추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가중된 수도권 규제가 지방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수도권의 도시 문제만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추진한 지방 균형발전 정책이 정작 지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수도권 성장만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