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통한 승계- 통치능력 발휘 못하면 권력암투 휘말릴 가능성 높아
사후 권력투쟁- 정남-장성택 라인 vs 정철 앞세운 측근세력 경쟁할듯
광고 로드중
전문가들은 66세인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통치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생존 시 병상 통치 △유언을 통한 승계 △사망 후의 권력투쟁 가능성 등의 시간 순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은 “과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등의 권력승계 과정은 북한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망하는 데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문고리 권력’과 유언에 의한 승계=김 위원장이 병상에 누워 통치하는 동안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비서 업무를 하는 ‘문고리 권력’이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덩샤오핑이 1997년 사망하기 전까지 그의 셋째 딸인 덩룽(鄧榕)이 아버지의 비서 역할을 하며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고 로드중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비서이자 사실상의 넷째 부인인 김옥(44) 씨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국방위원회 과장 직함을 갖고 있으며 김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를 검토하고 면담 스케줄 등 일정을 조정하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 씨 이외에 김 위원장의 건강을 책임지고 호위 업무 등을 관장하는 호위사령부 등도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 유포 등 음성적인 형태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문고리 권력’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지명하면 끝이 난다. 후계자 지명은 생전에 이뤄질 수도 있고, 사망 직전 유언 형태로도 가능하다. 중국의 화궈펑(華國鋒)은 마오쩌둥의 유언에 따라 1976년 권좌에 올랐다.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의 권력투쟁 시나리오=김 위원장이 생전에 누구를 후계자로 지목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통치능력을 발휘할 경우 자리를 보전할 수 있지만 아닌 경우 권력투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후계 문제를 연구한 레슬리 홈스 박사는 ‘3P’ 이론을 개발했다. 즉, 권력기반(power base)과 개인적 자질(personal qualification), 정책능력(policy making ability)을 가진 행위자가 종국적으로 권좌를 거머쥔다는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뛰어난 개인적 자질을 바탕으로 당내 개혁파의 지지를 얻어 1981년 화궈펑의 권력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백 팀장은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의 후견에 따른 장남 정남 씨의 권력투쟁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장 부장은 김 위원장과의 사적인 인연뿐 아니라 1995년부터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아 일하면서 당, 내각, 군 등에 강력한 조직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남 씨의 가장 큰 힘은 장 부장의 후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성장 세종문제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장 부장과 정남 씨의 권력 기반과 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본다. 오히려 각각 군사와 당을 담당하고 있는 이용철,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 유고 때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 실장은 “이들은 직접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노리기보다 현재 명목상의 국가 주석이며 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차남 정철 씨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