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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수면]‘불면공포’가 불면 키워

입력 | 2008-09-01 02:59:00


직장인 박모(43) 씨는 6개월 전 생긴 불면증으로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금전적인 문제를 고민하면서 불면증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잠들기 힘들 때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잠을 청하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아서 복용해 보기도 했지만 다음 날 머리가 맑지 않고 중독성과 의존성이 생길까봐 걱정이 돼서 중단했다.

박 씨는 “잠을 자려고 누우면 오히려 머리가 더 맑아지고 어깨와 목 뒤쪽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잠이 오지 않으니 갖가지 고민거리가 떠올라 괴롭고 ‘이렇게 못 자면 내일은 어떻게 일을 하나’ 하는 생각에 더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박 씨는 전형적인 만성불면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 추가적인 문진과 검사를 해본 결과 다른 수면장애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정신생리성 불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잠은 우리 뇌가 조절한다. 그런데 정신적, 신체적 긴장이 있으면 쉽게 잠들기 어렵다. 불면증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을 가지게 되고, 이런 감정들이 다시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정신생리성 불면증 환자는 전날 잠을 자지 못 했던 경험 때문에 다음 날에도 잠을 못 잘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또 그렇게 된다. 이런 환자는 ‘비록 오늘 못 잤지만 내일은 잠을 잘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기본개념이다.

주변에 보면 만성적인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불면증이 있다면 우선 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잠을 자지 못했을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해서 그 다음에도 계속 잠을 못 잘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야 한다.

불면증은 잠과 관련된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불면증은 약이 아닌 생각과 행동을 조절해서 상당 부분 치료될 수 있다. ―끝―

신홍범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