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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이성한 감독 ‘스페어’로 입봉 이색 스토리

입력 | 2008-08-28 08:10:00


“이젠 꿈 찾자” 문화센터서 공부 후 데뷔

전남 목포에서 관객을 만나고 막 달려온 참이었다. 8월 초부터 전국 13개 도시를 돌며 첫 작품 ‘스페어’로 관객을 만난 이성한 감독에게선 그러나,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새벽에 올라와 단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인터뷰 자리에 나온 그는 “제주와 구미, 창원 등 7개 도시는 기존에 영화 시사회가 한 번도 없었던 곳이라더라”면서 관객들의 호응에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성한 감독은 건설회사에 다니다 30대 중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출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신문사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에서 영화를 공부한 그는 당시 ‘스승’인 김영철 촬영감독과 의기투합했다. 23억원의 적지 않은 돈을 주위 지인들로부터 빌려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한판 제대로 놀았다’.

“결혼 전, 영화감독과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아내를 설득하고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꿈을 위해 나선 그는 인터뷰 도중 개봉관이 늘고 있다는 스태프의 말에 반색하며 “정말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너무 분에 넘친다. 욕심이 더욱 나서 문제지, 지금으로서도 만족한다.”

꿈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 부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격려가 많겠다.

“아내는 그런다. ‘욕심내지 말라’고. 난 ‘혹시 영화가 잘돼서 교만해지면 않된다. 그러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때마다 얘기를 해달라’고 말한다. 감독은 꿈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 꿈 때문에 교만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안되지 않나.”

- 늦깎이 데뷔인 셈인데.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어항 속 금붕어처럼 사는데 아들에게 꿈을 갖고 살라 얘기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난 무책임한 아빠다. 지금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일이란 게 떼 써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너 같은 놈도 한 번 해봐라’ 한 것 같다.”

- 왜 액션영화인가.

“영화는 현실이 아니라 꿈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만 또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보는 게 재미있다.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에서 무언가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오우삼과 성룡(청룽)의 영화를 보고 자랐다. ‘나이도 있는데 아직도 성룡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내겐 여러 가지 면에서 영향을 준 사람이다. 난 ‘성룡 키드’다.”

- 영화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나.

“원래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세다.(웃음) 현장에서 내 걸 많이 누르려고 노력했다. 화와 짜증을 참아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웃음)”

- 영화음악으로 경쾌한 우리 전통 음악을 썼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으로 나아가고 싶다.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염두에 뒀다. 그러려면 우리 것을 자연스레 녹여내야 한다. 우리 것을 우리가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나.”

- 당신에게 대체 영화는 뭔가.

“굉장한 힘을 지닌 매체다. 이야기를 만들어 남들에게 보여주려면 난 더 큰 생각을 해야 한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기분 좋은 영화, 기분 좋아지는 영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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