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18대국회 ‘첫 합의’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뒤 쇠고기 파동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18대 국회가 41일 만에 문을 연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연쇄적으로 만나 10일 국회의장을 뽑고 11일 개원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개원이 되더라도 쇠고기 국정조사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되는 데다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국회가 완전히 제 기능을 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쇠고기 국정조사 및 5개 특위 구성 합의
여야는 △가축법 개정 및 통상절차법 제정 △쇠고기 국정조사 실시 △긴급현안 질의 실시 △여-야-정 대책기구 구성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됐던 가축법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추가 협상 내용과 국민적 요구 및 국익을 고려해’ 개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추가협상 내용을 반영해 국익을 고려한 개정’을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국제기준에 어긋나지 않고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의 개정’을 주장해 왔지만 결국 이처럼 합의했다.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별도의 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통상절차법은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73조)과 국회의 비준동의권(60조) 등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올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긴급현안 질의는 16∼18일, 21일 4일간 진행하되 첫 이틀은 쇠고기 관련 내용을, 나머지 이틀은 민생 관련 질의를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14, 15일에는 국회에서 양당 대표가 연설을 하기로 했다.
또 여야는 △국회법 및 상임위원 정수 특위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민생안정 특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특위 △공기업 관련 특위 등 5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각 특위의 위원 구성 비율은 여야 동수로 하되 가축법 특위는 민주당이, 공기업 특위는 ‘야당’이, 나머지 3개 특위는 한나라당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양당은 9일 각각 의원 총회를 열어 합의 내용을 보고하고 추인할 예정이다.
○ 합의 과정과 전망
그동안 등원을 거부해왔던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개원에 합의한 것은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와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10일 개원 합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10일 양당 합의로 개원한다’고 발표해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계속할 경우 가축법은 손도 못 댈 뿐만 아니라 향후 원 구성에 있어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촛불집회가 동력을 잃은 데다 당 내부에서 ‘원내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민주당 지도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가 개원에는 합의했지만 합의문이 지나치게 모호해 구체적인 법 제정 및 개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가축법 개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그동안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 금지 △30개월 미만 쇠고기에서 5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금지 △검역주권 확보 등 3가지를 개정안에 담을 것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법 개정은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국정조사의 범위, 기간, 대상 등을 놓고도 여야의 의견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조사 대상과 기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민주당은 가급적 늘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원구성 협상은
與野 “법사위장 양보 못해”… 이달내 원구성 미지수
상임위 개편땐 위원장 배분 난항…
방통위 담당 상임위 지정도 줄다리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8대 국회 개원에 합의하면서 국회법 및 상임위원회 구성을 다루는 규칙 개정 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앞으로 상임위 구성 및 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을 마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은 첩첩산중이다.
현재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다. 한나라당은 “지금처럼 법사위가 모든 법안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다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공기업 개혁 등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데 법사위를 야당에 넘겨줄 경우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6, 17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 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려면 △법사위에서 일정 계류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게 하거나 △2년씩 나눠서 여야가 법사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몇 가지 ‘옵션’을 붙였지만 이 내용을 독소조항으로 본다”며 ‘권한이 약화된 법사위원장’ 구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디어 분야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어느 상임위 소속으로 둘 것인지도 관심사다. 정가에서는 한나라당이 법사위를 장악하려면 방통위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으로 두고 문광위원장을 민주당에 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상임위 개편도 단행해야 한다. 현 17개의 상임위를 한나라당은 16개, 민주당은 15개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16개가 된다면 위원장 배분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10 대 5 대 1, 또는 9 대 6 대 1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들이 꼬여 있어 원 구성 협상이 7월 안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오늘 개원 협상 때 원 구성 문제를 집중 거론했으나 개원 후 논의하자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고 말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다가 민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문제를 원 구성 협상에 연계시킬 가능성이 높아 빨라야 8월 초나 돼야 원 구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선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경우 9월 정기국회 직전에나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신 고유가 고물가 대책 등 민생 관련 법안들은 7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서 바로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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