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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이상적 연봉협상의 조건 ‘역지사지’

입력 | 2008-07-02 02:57:00


지난달 30일은 프로농구 연봉 협상 마감일이었다.

중앙대 5년 선후배인 동부 김주성(29)과 모비스 함지훈(24)의 연봉이 눈길을 끌었다.

김주성은 역대 최고인 7억1000만 원에 계약했고 함지훈은 신인이던 지난 시즌 7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뛰어올라 올 시즌 최고 상승률(114.3%)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동부를 첫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 3관왕을 휩쓴 김주성은 일찌감치 국내 최초의 연봉 7억 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에 결정된 연봉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순수 연봉은 지난 시즌 6억80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깎인 6억7000만 원이 됐다. 인센티브 4000만 원이 포함된 것. 사실 김주성은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 17억 원에 인센티브 1억 원을 합친 18억 원의 40%인 7억2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불확실한 인센티브를 대신해 순수 연봉으로만 7억2000만 원을 채울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동부는 샐러리캡에 묶여 우승에 따른 기대치가 올라간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김주성은 동료들을 위해 선뜻 양보할 결심을 했다. 최근 대표팀의 중국 전지훈련에 앞서 구단 측에 연봉을 백지위임한 채 계약서에 미리 사인까지 하고 출국했다. 김주성의 이런 희생이 있었기에 동부는 이광재 윤호영 등과 순조롭게 연봉 협상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프로 2년차로는 김주성(175% 인상) 이후 처음으로 연봉 상승률 100%를 초과한 함지훈은 2월 경기 중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유력해 보였던 신인왕 타이틀을 놓쳤고 모비스는 정규리그 9위로 추락했다. 연봉 상승 요인이 많지 않았으나 모비스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대폭 인상 방침을 세웠다.

김주성과 함지훈은 팀을 생각하는 선수, 선수를 생각하는 팀이라는 양측의 이상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