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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원수]나우콤 범죄수사도 정치탄압일까

입력 | 2008-06-19 02:57:00


“촛불집회의 초가 타오르기 훨씬 전에 시작한 수사인데, 표적 수사를 했다고 우기니 어이가 없다.”

영화 파일을 불법 유통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구속 수감된 나우콤의 문용식(49)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의도에서 출발했다는 논란이 일자 한 검찰 관계자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문 씨의 구속 이후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표적 수사 중단하라’ ‘권력의 시녀 검찰 각성하라’는 댓글이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나우콤이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인터넷 사이트 ‘아프리카’를 운영했기 때문에 표적 수사의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게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들은 “검찰이 문 씨를 구속한 것은 촛불집회 확산을 막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도 “정권 차원의 사이버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문 씨는 통합민주당 김근태 전 의원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우선 나우콤의 촛불집회 생중계가 아닌 영화 파일 불법유통을 문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에만 영화 파일 불법유통으로 130억 원을 벌었다. 올해도 수사 착수 전까지 매출액만 25억 원이었다. 이 같은 수익률은 같은 혐의로 구속된 다른 업체 4곳을 월등히 앞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한 손으로 저작권을 훔치는 질이 나쁜 범행을 저지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촛불집회를 생중계하며 정의를 외치는 것은 전형적인 야누스의 얼굴 아니냐”고 말했다.

더구나 검찰 수사는 촛불집회가 열리기 훨씬 전에 진행됐다. 올 3월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 협의회’의 고소장을 받은 검찰은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한 뒤 수사를 확대해 왔다.

법원도 미국과 일본의 최신 영화가 불법으로 유통되면 세계적인 저작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해 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도 “수사에 착수한 지 3, 4개월이 지났지만 문 씨가 ‘아프리카’를 운영하는지는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매번 사건을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애써 외면할 수는 없다. 엄연한 범죄 사실조차 정치 공방의 ‘제물’로 삼으려는 태도가 더 구태의연해 보인다.

정원수 사회부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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