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쌓인 컨테이너화물연대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2일 경기 평택항에는 운송되지 못한 채 층층이 쌓인 수많은 컨테이너가 파업이 가져올 여파를 짐작하게 했다. 평택=변영욱 기자
전국의 물류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일부 지역에서 먼저 시작한 화물연대 운송 거부가 정부 및 화주와의 막판 협상 결렬로 전국으로 번지게 됐다.
화물연대 전남지부가 파업에 들어간 12일 전남 광양항은 물류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집단 운송 거부를 하루 앞둔 부산항도 화물이 쌓여 가면서 비상이 걸렸다.
▽광양항=전남지부 1400여 명이 운송 거부에 들어가자 서남권 수출입 관문인 광양항의 물류 활동이 막혔다.
이날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물동량은 출입구 통과 기준으로 969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평소 하루 물동량(5100TEU)에 크게 못 미친다.
4개 출입구에는 하루 400∼500여 대가 드나들었지만 이날 운행 차량은 150여 대에 그쳤다.
관계 당국은 13일부터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서고 비조합원까지 동참하면 2006년 12월 때보다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광양항 셔틀 차량마저 파업에 동참하자 여수지방해양항만청 등 11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비상수송위원회는 이날 부두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야드 트랙터 102대를 긴급 투입했다.
여수해양항만청 항만물류팀 관계자는 “이날 오후부터 야드 트랙터의 항만 밖 운행을 허용하고 열차 증편과 군 트레일러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삼남석유화학 관계자는 “하루 출하되는 물량 5000t 가운데 철도 수송분 1000t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장 마당에 쌓아 놓았다. 며칠이나 버틸지 모르겠지만 감산이나 가동 정지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부산항=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에서 규모가 가장 큰 남구 용호동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에서는 트랜스퍼 크레인 33대와 야드 트랙터 75대가 육중한 컨테이너를 정신없이 옮기고 있었다.
직원 650여 명은 휴가를 반납한 채 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한 뼘이라도 더 마련하려고 밤샘작업을 했다.
신선대 부두의 이날 현재 장치율은 79.4%. 컨테이너 5만5000개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중 여유분이 1만100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병후(53) 운영팀장은 “컨테이너 공간을 마련하려고 직원들에게 승용차를 가져오지 못하게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 수출입 화물 운송에 지장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근의 감만부두, 자성대부두, 우암부두, 서구 감천동 감천한진부두도 비슷한 상황이다.
장치율이 91.3%에 이르는 감만부두 내 BICT(한진/세방), BGCT(대한통운/허치슨) 터미널은 심각하다.
철강업체인 A사는 원자재난 때문에 어렵게 구한 철 수천 t을 주말경 중국에서 들여올 예정이지만 화물차량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광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