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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자연서 뒹군 아이들의 보고서

입력 | 2008-05-03 03:00:00


◇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문용포,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192쪽·1만 원·소나무(초등 3, 4학년용)

이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변한다. 벌레라는 말만 들어도 까무러치던 아이들이 민달팽이와 대화를 시도하고, 옷 더러워질까 걱정하던 아이들이 야생화를 보기 위해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제주도의 허파’로 불리는 천연 난림지대 곶자왈. 이곳에는 ‘머털도사’로 불리는 문용포 선생님과 그가 세운 ‘곶자왈 작은학교’가 있다. ‘고마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놀면서 배우기 위해 만든 체험학교다.

아이들은 비 오는 날 지렁이에서부터 앙상한 나뭇가지의 겨울눈까지 직접 관찰하고 만지며 자연스레 자연을 느낀다. 체험학습을 하며 이들이 쓰고 그린 재치 있는 기록도 재밌다. 할미꽃을 ‘꼬부랑 보슬꽃’이라고 이름 짓고, 거미의 생김새를 ‘실제로 보니 귀엽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자란 아이들에게 ‘머털도사’는 뼈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구에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벌레가 사람들이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살고 있었어. 지구에 주인이 있다면 사람일까, 벌레일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