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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털과의 전쟁’ 털털한 그녀 레이저로 깐깐해지다

입력 | 2008-04-28 02:59:00


올여름 미니스커트와 비키니 즐기려면 지금이 ‘영구 제모’ 적기

1일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는 유명 연예잡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학창시절 겨드랑이와 다리털을 밀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아 ‘괴상한 아이’로 취급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마돈나의 ‘겨털(겨드랑이 털) 굴욕’ 사건이다.

인기 그룹 동방신기 등 한국 스타들도 ‘털 굴욕’ 사건을 겪었다. 일부 스타의 겨드랑이 털이 노출되는 순간이 누리꾼의 눈에 포착되면 관련 동영상과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털은 이처럼 놀림과 수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노출의 계절 여름에 털은 성가시고 부끄러운 대상이다. 여성의 미끈한 다리와 가녀린 팔뚝에 있는 털은 ‘옥에 티’다. 그래서 여름을 앞둔 여성들은 비키니 패션을 통해 미끈한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제모를 하기도 한다.

‘꽃 미남’ 열풍이 불면서 미끈한 모습을 위해 제모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TV 사극 ‘주몽’에 출연했던 탤런트 송일국은 턱수염을 영구 제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제모는 미(美)를 위한 본능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몸의 털을 제거하는데 공을 들였다. 당시에는 하얀 피부와 넓은 이마가 미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여왕은 눈썹과 이마의 잔털을 모두 제거해 우아하면서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털이 새로 나는 것을 막으려고 박쥐와 개구리의 피, 양배추를 태운 재를 식초에 담근 뒤 제모 부위에 바르기도 했다.

현대인들도 아름다움을 위해 제모한다. 민소매 옷과 핫팬츠, 비키니 수영복 등 신체 부위가 과감히 드러나는 패션은 여성의 제모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제모 부위는 겨드랑이, 다리 등에서 비키니 라인, 이마와 코 밑 잔 수염, 팔 등으로 넓어졌다. 넓은 이마를 원하거나 이마 라인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이마 제모도 한다.

최근 남성도 부드러우면서 깔끔한 이미지를 위해 수염뿐 아니라 가슴, 배, 겨드랑이 부위의 제모가 증가했다.

제모는 위생적인 이유로 이뤄지기도 한다. 겨드랑이 제모로 액취증을 경감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 제모의 적기는 지금!

사람의 털은 생장기, 휴지기, 퇴행기라는 3단계의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 이 주기에 맞춰 제모하면 오랫동안 털이 나지 않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사이클에 따르면 여름 내내 털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내려면 4, 5월이 적기다. 모근이 없어진 후 3개월 동안은 휴지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털이 거의 나지 않는다. 난다 하더라도 미약한 수준이다.

제모 시술 후 자외선에 노출되면 자칫 색소 침착이 될 수도 있다. 여름에는 자외선 차단이 쉽지 않으므로 봄에 제모하는 편이 낫다. 가을에도 자외선 치수가 낮으나 곧 겨울이 닥치기 때문에 노출의 계절을 대비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길다.

○ 털, 영원히 없애고 싶다

‘겨드랑이에 털이 있는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

20세기 초 면도기 및 남성 화장품 회사 ‘질레트’가 한 미국 잡지에 실은 광고 문구다. 이 문구는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되면서 여성용 면도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여성들은 제모 시 흔히 면도기를 이용한다. 족집게, 왁스, 제모크림 등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뒤 털이 다시 자라나므로 제모 작업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게 이런 방식의 단점이다. 때론 접촉성 피부염과 같은 부작용도 따를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레이저 영구 제모 시술이 요즘 인기다. 모낭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해 피부 손상 없이 영구적으로 털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 영구 제모,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

레이저 영구 제모로 단번에 모든 털을 없앨 수는 없다. 4∼6주 간격으로 5, 6회 반복시술이 필요하다. 마지막 시술 후 6개월이 지나도 털이 다시 자라지 않으면 영구 제모가 된 것으로 본다.

모든 사람이 같은 레이저 기계와 환경에서 제모 시술을 받았다고 해서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JM클리닉 고우석 원장은 “피부색과 자외선 노출 정도, 털의 굵기, 털이 난 부위와 빈도, 시술자의 기술 등에 따라 결과가 현저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영구 제모 효과가 가장 뛰어난 조건은 ‘하얀 피부에 검고 굵은 털’을 가진 사람이다. 레이저가 피부 속에 있는 멜라닌 색소에 가장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피부가 너무 검거나 태닝을 한 뒤나 자외선을 많이 쐬었을 때, 또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을 때는 제모시술을 받을 수 없다. 털이 너무 많거나 넓게 퍼졌을 때도 제모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시술자의 집중력 저하로 제모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므로 전문적으로 훈련된 시술자를 알아봐야 한다.


▲ 영상취재 : 이진호 동아닷컴 객원기자

‘영구(永久) 제모’ 잘못하면 ‘영구’ 된다?

비전문가 레이저 시술 등 피해사례 속출

“광고에는 정품 레이저 제모(除毛) 기계라고 나왔더라고요. 막상 가보니 실제 제품과 겉모습만 똑같고 핸드 피스 등 세세한 부분이 사진과 달랐습니다. 이벤트 기간이라며 대폭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지만 추가 비용이 많았어요.”

직장인 최지영(27·여) 씨의 하소연이다. 그녀는 제모를 위해 찾은 한 피부과의 레이저 기계가 사진과 다른 점, 추가 비용, 서비스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올 여름철에 대비해 영구 제모를 하기로 결심했던 그녀는 과장 광고 때문에 시술업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자영업을 하는 이은주(35·여) 씨의 피해 사례는 황당하다. 그녀는 레이저 시술자의 무성의로 핸드 피스가 피부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 영구 제모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추가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과도한 레이저 노출로 화상을 입고 모낭염까지 생겼다. 병원이 제대로 된 피부 냉각장치를 쓰지 않았기 때문. 그녀는 이래저래 비싼 비용만 치르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레이저 제모 시술은 피부에 위험이 없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모근까지 정확하게 보내줘야 효과가 있다. 시술할 때 제모할 부위에 적당한 속도와 강도로 레이저를 쏴야 한다. 강도가 낮으면 제모 효과가 떨어지고, 반대로 강도가 너무 높으면 제모 효과는 좋지만 화상 위험이 커진다.

여성전용 제모 전문병원 JM(JeMo)클리닉 고우석 원장은 “과장 광고와 부작용에 의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제모 시술 경험이 2년 이상이며 의사가 직접 꼼꼼하게 시술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피부과 성형외과 등 많은 병원이 여름 시즌을 앞두고 영구 제모 시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임상 경험이 많지 않으면 환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레이저 영구 제모는 현행법상 의사만 시술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호사나 일반 직원이 의사 대신 시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레이저 기계를 파는 회사의 영업사원이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

영구 제모의 진짜 효과는 시술이 끝난 뒤 6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때도 털이 다시 나지 않아야 영구 제모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장기간 관찰해서 털이 다시 난다면 추가 시술을 받아야 한다. 미국 의료계에서는 영구 제모를 ‘털은 영구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2년간의 관찰에 의해 털이 나오지 않으면 영구제모가 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신뢰성 있는 병원에서 제모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건강]국내 최초 여성 전용 제모병원, JM클리닉▼

겨드랑이, 팔다리는 물론 비키니라인과 은밀한 부위까지 제모

“최고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마라!”

독일의 황제 빌헬름 4세가 1516년 제정한 ‘맥주 순수령’의 핵심 내용이다. 맥주의 품질 향상을 꾀하기 위해 보리, 홉(맥아), 물 등 세 가지 원료 외에는 다른 재료의 사용을 금지했다.

맥주가 대중화되면서 유럽 각지의 맥주 양조업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각종 첨가물을 넣으면서 맥주 본연의 맛과 향을 변질시켰다. 독일에선 지금까지도 맥주 순수령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독일 맥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 원인이다.

제모 시술에서도 ‘순수령’이 있을까? ‘오로지 제모만 하겠다’고 고집하는 병원이 있다. 바로 ‘JM클리닉’이다. 이 병원은 여성의 털만 전문적으로 제거한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제모 전문 클리닉이다.

○ 환자, 상담직원, 의사 모두가 여성

JM클리닉은 환자는 물론이고 상담 직원과 시술 의사까지 모두 여성이다. 이 병원은 처음부터 여성 전용이 아니었다. 개원을 앞두고 실시한 진료 및 시술에 대한 자체 ‘가상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여성 전용으로 돌아서게 된 계기가 됐다. 제모라는 시술의 특성상 시술 전 단계부터 시술 후까지 남녀가 병원에서 잠시라도 얼굴을 마주치면 여성 환자에게 많은 불편을 준다는 점을 알게 됐다. 개원 2주 만에 여성전용으로 주저 없이 바꾼 이유다.

여성전용이란 취지에 맞게 제모 프로그램도 여성 고유의 수요(需要)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팔, 다리, 겨드랑이의 털은 물론이고 비키니라인을 비롯해 성기 부위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털을 제거하는 ‘레이저 여성 제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기 부위 시술은 대부분 위생 목적으로 받는다. 최근에는 남자 친구나 남편의 권유로 시술을 받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의사는 시술 전 상담을 통해 시술 후에 나타날 ‘라인’의 모양을 결정한다. 환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이 됐는지 시술 중간에 환자의 생각을 듣고 있다.

○ 레이저에 아낌없는 투자

질 좋은 보리가 맛 좋은 맥주를 만들어 내듯, 성능이 좋은 제모 전용 레이저를 쓸수록 제모 효과도 높다.

이 병원은 ‘라이트쉬어XC’라는 제모 전용 레이저를 쓴다. 라이트쉬어XC는 기존 제모 레이저에 비해 빛이 굵고 적용 면적이 넓다. 빛이 굵다는 것은 많은 파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제모 효과도 좋다.

제모 시술 공간도 다른 병원에 비해 2, 3배 넓다. 또 모든 시술실에는 창문을 만들어 환기에 신경을 쓴다. 시술 특성상 털이 타는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고우석 대표원장은 “제모는 독립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장시간 시술에도 환자와 시술 의사가 안락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병원 맞아?’ 하는 생각이 들만큼 내부 인테리어가 단조롭다. 제모 시술과 상관없는 화려한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지 않겠다는 병원의 의지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돈을 아껴 제모에 좀 더 효과가 좋은 레이저를 구입하거나 개발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것이 JM클리닉의 운영철학이다.

○ 제모 효과는 누락 부위에 달렸다

제모는 누락 부위가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락 부위가 없어야 영구제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누락된 부위는 시술을 거듭해도 제모효과가 떨어지며, 심지어 치료반응을 아예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이 병원은 제모 시술 시 누락 부위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위별로 소요되는 시술시간을 모두 체크한다. 또 누락 부위가 발견되면 곧바로 사후관리(AS) 시술을 시행한다.

○ 7년째 ‘제모 순수령’ 지켜

JM클리닉은 2001년 8월 서울 송파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송파점을 포함해 서울 광화문점, 신사점 등 총 3개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JM는 ‘제모(Jemo)’의 영문 이니셜이다. ‘제모 이외에 다른 시술을 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반영한 이름이다. 제모라는 단일 아이템만 고집한다는 자체로 다른 병원들과 차별화된다.

‘제모 전문’이라고 광고하는 병원은 많지만 실제 제모만을 하는 전용병원은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피부 치료와 미용을 목적으로 한 주사 시술, 레이저 치료 등을 겸하고 있다. 털 뽑는 김에 점이나 피부 잡티도 제거하고 싶은 게 여성의 심리다. 그러나 JM클리닉은 7년째 제모만을 다루고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