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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진태구]희망 꿈꾸는 태안, 국민께 감사드립니다

입력 | 2008-03-13 03:03:00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가 어느덧 15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그동안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해변은 빠른 속도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100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마치 꿈을 꾸다가 방금 깨어난 느낌이 든다. 사고발생 당시 피해가 이렇게까지 클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튿날 떠밀려오는 기름덩어리는 말 그대로 검은 괴물의 모습이었다. 몇날 며칠을 치워도 줄지 않는 기름띠. 원상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물밀듯이 달려와 ‘인간띠’의 기적을 만들어 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자원봉사자들은 한파로 작업을 중지했을 때도, 살을 에는 강추위와 눈발이 날리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돌 틈에 낀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제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내용도 다양하다. 시각장애인들의 안마봉사, 일부러 신혼여행을 태안으로 와 봉사활동을 하던 신혼부부, 1000마리의 종이학을 접어 보내준 일본 유학생들, 교도소에서 복역수가 보내온 성금 등. 어느 손길 하나 감사하지 않은 수 있었겠는가. 또한 각계각층의 잇따른 봉사와 태안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주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보약이 됐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태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반입이 금지되고 멀쩡한 농산물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또 연말 성수기 펜션과 횟집 등 예약이 취소되면서 이들 업소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태안은 핵폭탄을 맞은 것보다 더 처참한 도시로 변했다. 주민들은 삶이 힘들어 세 명이나 고귀한 생명을 끊었다. 지금도 대다수의 주민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실의에 빠진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께서 방제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다.

최근 많은 분이 태안 경제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관광객도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다. 태안에서 잡히는 수산물도 안전성을 거쳐 판매되고 있다.

사고 100일에 즈음해 13일 태안군 전공무원과 군의회의원, 자원봉사자 등이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려 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일어서겠다는 의지이다. 절망의 검은 바다를 희망의 바다로 바꿔놓은 현장을 보면서 정말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맙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태안을 찾아주신 100만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진태구 태안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