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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한은총재 ‘트라일레마’

입력 | 2008-03-08 02:51:00


“성장률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경상수지 더 악화 가능성”

“성장률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경상수지 더 악화 가능성”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트라일레마(trilemma)’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률은 내려가고 물가는 올라가는 가운데 경상수지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목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일단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자 택일의 곤경’을 뜻하는 트라일레마는 원래 대내외 경제정책에서 △환율 안정 △자본 자유화 △거시경제 운용의 자율성 셋을 한꺼번에 취할 수 없고 하나는 버려야 한다는 경제원리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에서는 △경제성장 △물가 △경상수지 균형의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힘들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경제성장을 위해 경기를 부양하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또 경기가 좋아지면 수입수요가 늘어나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진다. 미국의 경우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성장과 물가, 경상수지가 동시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적어도 하나는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1월 설비투자는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인 건설수주액도 지난해 1월보다 13.1% 줄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상한치(3.5%)를 세 달째 넘어섰다.

유가 등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대금 매각과 배당금 송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올라(원화가치 하락) 경상수지는 한동안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33포인트 폭락

7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악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33.47포인트(1.97%) 떨어진 1,663.9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8.80포인트(1.35%) 하락한 643.75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값(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90원 급등(원화 약세)한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인 9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932.90원으로 2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