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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아침형 대통령’ 증후군

입력 | 2008-03-05 02:58:00


“꼭두새벽 출근하는데 술자리는 무슨… ”

靑직원용 독신자 숙소 경쟁 치열

각부처도 앞다퉈 아침회의 당겨

“벌써 체력한계 느낀다” 하소연도

‘아침형 인간’으로 꼽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 증후군’이다.

청와대는 그 진원이다. 공무원, 한나라당 당직자, 이 대통령 경선 시절 캠프 참모 등으로 구성된 청와대 직원들은 원 소속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전보다 1∼2시간 일찍 기상하고 있다. 수석비서관들은 오전 7시까지, 비서관 이하는 이보다 더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은 “대통령 따라잡기 힘들다”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는 말도 하고 있다.

몇몇 여직원은 수면 부족으로 화장이 잘 받지 않아 푸석푸석한 얼굴로 아침부터 서류를 챙기고 전화를 돌린다.

청와대 근무 시작 전에는 1주일에 두세 번의 저녁 술 약속이 있던 한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저녁에 반주 삼아 폭탄주를 몇 잔 한 뒤 “어지러워 안 되겠다. 이러다가 내일 회의 늦는다”며 일찍 자리를 떠 집에서 잠을 청했다고 한다.

집이 경기도에 있는 일부 직원은 아예 평일에는 나와 살겠다며 청와대가 인근에 마련한 ‘독신자 숙소’를 배정받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부처도 하나 둘씩 ‘얼리 버드’ 시스템에 맞춰 시침을 앞당기고 있다.

수석 부처 격인 기획재정부는 4일부터 강만수 장관 주재의 간부회의를 기존보다 1시간 이상 당겨 매일 오전 8시에 열기로 했다. 강 장관은 이날부터 오전 7시 반에, 이하 간부 및 과장들은 이전보다 1시간 반가량 이른 오전 7시까지 출근하기로 했다.

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에 따른 과도기인 만큼 위 사람들이 조직을 잘 챙겨야 하며 간부들은 연봉을 많이 받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도 오전 8시 반에 열던 장관 주재 간부회의를 이날부터 오전 7시 반으로 당겼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각종 회의에서 종종 우리 부처 명을 거론하며 현장 행정을 강조하는 마당에 당연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무총리실도 금요일 오전 9시에 열었던 총리 주재 간부회의를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승수 총리에게 직접 ‘오전 8시에 국무회의를 열자’고 한 마당에 어떻게 평소대로 오전 9시에 회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3일 외교통상부는 매주 초 열리는 장관 주재 실국장 회의를 오전 8시로 앞당기고, 매주 토요일에도 간부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