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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튜디오 안은 날마다 뮤지컬이죠”

입력 | 2008-02-28 02:55:00


■ 전현직 라디오작가들이 만든 뮤지컬 ‘온 에어’

DJ-PD 러브 스토리 등 방송일화 살려

라디오 프로그램 현장 그대로 무대에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3월 11일 서울 대학로의 이다 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온 에어’는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오후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DJ와 PD, 작가들의 이야기다.

‘온 에어’를 제작한 멤버들은 모두 라디오 작가 출신이자 30대 싱글 여성. 기획사 ‘숲’의 신정화(36) 대표와 홍보담당 이현희(34) 씨는 KBS 라디오 ‘이금희의 가요산책’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에서 활약했던 전직 라디오 작가이고, 이 뮤지컬의 대본을 쓴 유현수(34) 씨는 지금도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 대표 등 세 멤버를 24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라디오 스튜디오는 그 자체로 뮤지컬”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신 대표. 1993년 KBS 라디오 ‘FM 인기가요’로 데뷔한 신 대표는 잠시 영화계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공연기획사를 설립했다.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내세운 것은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그는 “음악과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는 ‘라디오 스튜디오’는 그 자체로 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무대도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다.

공연 직전 관객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사연을 받아 소개하고, 공연마다 게스트 스타가 출연해 즉석 공연도 갖는다. 10여 년 방송계 활동에서 친분을 다져온 이금희 정선희 등 라디오 진행자와 가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뮤지컬 넘버도 ‘난 괜찮아’(진주) ‘런 투 유’(DJ DOC) ‘비상’(임재범) 등 히트 가요 14곡으로 꾸몄다.

○ ‘온 에어’는 경험 90%, 상상 10%

‘온 에어’는 가수 출신의 DJ 알렉스와 여성 PD 김순정의 풋풋한 애정담이 기본 스토리를 이루고 30대 미혼 여성 방송작가 우아미의 연애담이 양념처럼 첨가된다.

“작가 우아미의 캐릭터는 제 캐릭터가 많이 반영됐고, 스튜디오 안의 러브스토리는 그동안 방송에서 본 일화들이 들어갔어요.”(유 작가)

유 작가는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눈이 맞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고 말했다. DJ 배철수와 박혜영 MBC PD가 대표적인 사례. 두 사람은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만나 결혼했다. 정선희-안재환, 김태욱-채시라 부부도 라디오 방송에서 DJ와 게스트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사이다.

방송 6개월 만에 DJ가 교체되는 설정도 경험의 하나다. “SBS 라디오에서 ‘정재형 홍진경의 뮤직파워’를 (유)현수랑 같이 작업했는데 청취율이 안 나와 6개월 만에 DJ가 그만뒀어요. 고별 방송 때 함께 일한 스태프의 이름을 불러주는 정재형 씨를 보면서 밖에서 저는 펑펑 울었죠.”(서 대표)

‘온 에어’ 뮤지컬에서 주인공 알렉스도 같은 방식으로 고별 방송을 한다.

○ 라디오 작가들 일기예보가 가장 두렵다

라디오 작가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주말 날씨와 스포츠 소식이다.

“보통 주말 방송은 녹음을 하거든요. 비나 눈이 많이 내리거나 중요한 스포츠 경기에서 승전보가 들어오면 아무리 음악방송이라도 관련 소식을 전해야 하니까 녹음을 다시 해요.”(유 작가)

돌발 상황 때문에 긴급 뉴스가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서 대표는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도 오후 6시쯤 일어났는데 오후 10시 방송을 위해 녹음한 것을 모두 없애고 다시 녹음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여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때는 매일 속보가 들어오는 통에 주말에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고 했다.

밤 시간대 방송을 맡으면 보통 낮과 밤이 바뀌기도 한다. “방송이 끝난 뒤 다음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회의 때문에 자정 무렵에 끝날 때가 많은데 야식 먹고 수다 떨다 보면 금세 새벽입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동트고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회의가 들 때도 있죠.”(유 작가)

이들은 그래도 “라디오 작가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큐 사인이 나가고 오프닝 멘트에서 내가 쓴 이야기가 DJ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1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예요.”(서 대표)

“얼마 전 한 플로리스트가 ‘정오의 희망곡’을 듣고 우울증을 극복했다며 매일 자기가 만든 작품 사진을 보내줬는데 그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표현 못하죠.”(유 작가)

‘온 에어’는 6월 1일까지 공연된다. 02-762-001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