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검사가 김경준(41·구속 기소) 씨를 회유 및 협박했다’는 김 씨의 메모 내용을 유포한 김 씨의 변호인단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검사가 김 씨를 회유 및 협박했다’는 메모 내용이 사실과 다른데도 김 씨의 변호인이 기자회견을 열어 마치 이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해 이른바 ‘BBK특별검사법’의 국회 통과로 이어지는 등 검찰의 명예가 상당히 훼손당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사소송을 담당할 변호인도 선임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경준 메모’의 진위와 김 씨의 입국 경위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으로 누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대상엔 김 씨의 변호인단 외에 정치권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의 법적 대응을 둘러싸고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은 김 씨와 김 씨의 가족들에게 메모 원본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아직까지 원본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 씨의 변호인인 홍선식 변호사가 김 씨의 또 다른 자필 메모를 근거로 “일부 언론 보도는 거짓”이라고 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김 씨의 말을 일일이 검찰에 확인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홍 변호사는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 측의 김정술 변호사를 통해 김 씨의 변호인이 됐다.
홍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저를 돕는 변호사들을 해임할 의사가 없다. (검사가 회유 및 협박한 적이 없으며 검사에게 사과했다는) 동아일보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는 김 씨의 메모를 공개했다. 이 메모는 20일 작성됐다.
이어 그는 “이런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선 정정 보도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본보 19일자 2면 참조
▶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조준웅 前지검장 내정한 듯
그러나 김 씨는 20일 검찰 조사 당시 “홍 변호사가 정치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를 변호인으로 유지하되 나머지 정치권 변호사는 모두 해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패닉’ 상태에 빠져 오락가락하며 헛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김 씨가 이곳저곳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최근 그의 진술 장면은 녹음 녹화돼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