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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만화방 미숙이’ 서울 간다네

입력 | 2007-12-18 07:17:00


《(만화방 주인 장봉구, 객석을 향해) “제군들 우선 우리 만화방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오늘은 특별한 브리핑이 있겠다. (장봉구, PC방과 당구장 등이 표시된 약도를 가리키며) 현재 방학을 맞아 만화방 부근에 문을 연 PC방과 당구장 등이 변칙적으로 요금을 깎아 우리 만화방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14일 오후 7시 반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 소공연장.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공연이 시작되자 100여 객석을 메운 관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 위로 향했다.

100분가량의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이 주제곡을 선창하자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등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관객 김종원(45·회사원) 씨는 “뮤지컬을 구경하는 내내 고향에서 만화방을 들락거리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며 “배우들의 소탈하고 발랄한 연기와 노래가 퍽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창작뮤지컬인 ‘만화방 미숙이’가 서울 무대에 진출한다.

이 뮤지컬 제작사인 뉴컴퍼니는 내년 3월 말부터 두 달간 서울의 대학로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계획이다.

14일 공연은 서울 진출에 앞서 지역에서 내년 3월 초까지 이어질 두 번째 앙코르 공연의 첫 무대.

‘만화방 미숙이’는 올해 1월 18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125회 공연돼 1만8000여 명이 관람했다. 이는 지역 무대에 오른 뮤지컬 가운데 최장 공연기록이다.

이 뮤지컬은 올해 7월 중국 상하이(上海)와 쑤저우(蘇州) 등 3개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교포 등을 상대로 공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빚에 쪼들리는 만화방 주인 장봉구와 첫째 딸 미숙이를 중심으로 코믹하게 펼쳐지는 이웃 간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청년층은 물론 장년층까지 몰려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본과 작곡, 출연진 구성, 의상 제작, 연출 등이 모두 대구에서 이뤄졌다.

공연단은 올해 흥행 성공의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국내 뮤지컬의 주무대인 서울 대학로에서 수도권 관객 몰이에 나설 예정.

배우 김현규(64·장봉구 역) 씨는 “대구에서 만든 뮤지컬이 서울 무대로 진출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서울 공연을 계기로 이 작품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배우 강은애(25·여·미숙이 역) 씨는 “외국 유명 뮤지컬에 비해 이 작품은 한국적인 정서를 잘 살려 관객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게 롱런의 비결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공연단 대표 이상원(47) 씨는 5년간 대구시립극단 감독을 지낸 전문 연출가다.

그는 “지역의 연기자가 모자라 125회 공연을 하는 도중 배우 4명이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번 무대에 오를 정도로 어려움이 컸지만 지역 주민들의 성원이 장기 공연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