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격투기 팬들에게 꿈의 매치가 실현됐다. ‘한국의 자존심’ 최홍만과 ‘60억분의 1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의 맞대결이다.
소속도 다르고 주 종목도 다른 두 선수가 맞붙게 된 계기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프라이드의 마지막 대회(야렌노카! 오미소카, 12월 31일 예정)를 K-1측이 후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K-1은 이번 대회 후원의 의미로 간판스타 몇 명을 파견해 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고 표도르의 복귀전 상대로 최홍만, 세미 슐트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그러나 디팬딩 챔피언 세미 슐트보다는 최홍만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최홍만이나 표도르 양측 모두 맞대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게임 방식이다. K-1에서 활동해온 최홍만은 서서 싸우는 입식타격 룰에 적응되어 있는 반면 과거 프라이드 챔피언을 지냈고 현재 M-1 소속인 표도르는 MMA(종합격투기) 용 선수.
이번 대회가 엄연히 프라이드의 마지막 대회를 표방하고 나선 만큼 MMA 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최홍만 측이 입식타격 룰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대회 주최 측에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번 대회 주인공 표도르를 입식타격 룰로 싸우게 할 리는 거의 없다.
최홍만은 지난해 12월 다이너마이트대회에서 MMA 룰로 1승을 거둔 적이 있으나 상대가 코미디언 출신인 바비 오로건으로 표도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약체였다.
씨름 선수 출신인 최홍만이 테이크다운에서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그라운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MMA 룰로 표도르를 상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라운드 상태에서는 최홍만의 이점인 신장의 우세를 살리기도 힘들다.
아무리 이번 매치가 이벤트 성격이 짙다하더라도 최홍만으로서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최근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졸전 끝에 제롬 르 밴너에게 판정패하며 팬들의 호된 질타를 받은 최홍만이 표도르와의 맞대결에서 허무하게 패할 경우 자신감을 상실해 그의 격투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반면 표도르를 꺾는다면 올해의 부진을 한 번에 만회하며 강자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