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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상훈]‘공공장소 술판’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입력 | 2007-12-11 03:01:00


대한보건협회는 올해 7∼10월 서울 인천 광주 대구 부산 등 5개 대도시 공공장소의 주류판매율을 조사해 10일 발표했다. 판매율은 서울과 대구 100%, 광주 71.4%, 인천 66.7%, 부산 62.5%였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사서 마시기가 너무 쉽다는 얘기다.

선진국은 대부분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를 빼면 술병을 드러낸 채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실 경우 법에 의해 처벌된다. 술에 비교적 관대한 유럽에서도 정해진 장소에서의 음주는 허용되지만 우리처럼 잔디밭에 앉아 술판을 벌일 수는 없다.

공공장소는 경기장, 시민공원, 국공립공원 등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취객과 쓰레기, 악취로 유쾌한 기분을 즐길 수 없다.

대한보건협회가 시민 10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5%가 “그런 풍경은 불쾌하고 근처에 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괜찮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87.4%의 응답자는 공공장소의 음주행위를 제한하는 법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의 정서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술을 파는 경기장이 늘고 있으며 인근 상가에서 안주까지 배달해 준다. 취중 등산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등산객 배낭에는 술병이나 소주 팩이 들어 있다.

얼마 전 한 중견기업체 회장은 만취해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다 강제로 연행됐다.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한국에선 곧 잊힌다. 한국인이 술에 관대한 탓이다. 과도한 음주로 연간 20조990억 원의 사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우리는 “폭탄주 서너 잔은 해야 술 마신 것 같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잇단 송년회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술자리에 불려 다니느라 몸도 힘들고 업무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한국인의 송년회 풍경은 외국인들에게 ‘경이’ 그 자체다. 몸을 축내면서까지 ‘술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신기하다는 그들의 눈빛 속에 혹시 빈정거림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들의 눈에 대한민국은 ‘술 권하는 나라’라는 나쁜 인식을 심어 줄까 걱정스럽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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