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통장이 재산을 늘리는 역할을 하듯 ‘독서통장’은 아이들의 사고능력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 주죠. ‘자녀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안겨 주는 독서통장을 만들라’고 학부모들에게 권합니다.”
대구시립 동부도서관이 실시하고 있는 독서통장 발급제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독서통장은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특정 분야의 책만 읽는 ‘독서 편식’을 막고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독서통장은 금융기관의 예금통장같이 이 도서관 1층에 설치된 독서통장 정리기에 넣으면 대출도서 목록과 반납예정일, 도서명, 지은이 등 개인별 독서량과 독서 이력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된다.
동부도서관 조명희(48·여) 열람봉사과장은 9일 “자녀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아와 독서통장을 만들고 책을 빌려가는 주부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 통장의 수요가 점점 늘어 디자인을 새롭게 만든 독서통장을 추가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과장의 아이디어로 발급되고있는 독서통장은 농협 대구지역본부가 비용을 부담해 만들었다.
그는 “독서통장 제작비용 마련을 위해 농협 측을 10여 차례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며 “25년간의 공무원 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독서통장에는 92권의 대출기록이 담기고 대출도서 한 권당 마일리지 5점이 부여된다”며 “연말에는 마일리지가 가장 높은 이용자에게 상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통장을 발급한 이후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이 도서관의 신규 도서대출 가입자(초등학생 및 유치원생)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9%나 늘었고 이 기간 대출도서도 1년 전보다 13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도서관 측은 8일부터 중고교생과 대학생에게도 독서통장을 발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일반인에게도 이 통장을 만들어 줄 예정.
도서관 측은 지역의 소규모 도서관을 돕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는 “올해 7월 주민들이 회비를 모아 운영하고 있는 동구 지묘동의 한들마을도서관과 운영협약을 맺고 동부도서관이 소장한 도서 수백 권을 매달 정기적으로 빌려주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서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있는 동부도서관은 맞벌이 부부나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주민들의 자녀, 노인 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문화강좌와 독서 프로그램 운영 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