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웬만한 지식인들이라도 미국 연방헌법 제1조에 특허법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영국에서 독립한 후 1788년에 제정된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8항에는 특별한 지식을 이용하여 발명한 물건에 대해 일정 기간 국가가 그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특허법이 명시되어 있다. (중략)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특허법을 맨 먼저 시행한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1474년 베네치아공화국에서 ‘발명자 조례’를 만들어 10년간 기술 상품을 독점 발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지식 정보가 이탈리아에 모여들어 결국 이탈리아는 르네상스의 발원지가 되어 세계를 선도하게 되었다. (중략) 그것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 꽃피우면서 에디슨을 낳았으며 20세기의 산업사회를 주도하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세계 시스템을 낳았다. 이것이 성공한 에디슨을 낳은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다. (중략)
만약에 에디슨이 특허법이 없었던 고려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기술을 숨기고 사업을 하는 ‘청기와 장수’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식을 자본화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소유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가 제도적 장치에 의해 부여된 이탈리아와 영국, 그리고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많은 ‘청기와 장수’들이 그 지식기술 정보를 공개하여 개인과 사회와 국가 전체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에 그 같은 법 제도가 없었던 한국에서는 지적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아 누구나 청기와 장수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근대화, 산업화에 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기술 - 신발명품 독점적 지위 보장
일정기간 뒤엔 공유… 기술혁신 촉진
■해설
위 글은 서강대가 2007학년도 수시 2-1 경제·경영학부 논술고사에서 ‘특허’를 주제로 제시한 글이다. 이어령의 ‘실패한 에디슨을 넘어’에서 발췌했다.
특허(patent)란 새로운 기술이나 물건을 발명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신기술이나 신발명품에 대해 배타적인 독점 사용권을 주는 것이다.
특허제도는 기술 혁신을 최초로 수행한 기업을 보호해 주는 사회적 보호 장치의 하나이다. 어떤 기업이 많은 연구개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신기술을 개발했다면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통해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셈이다. 만약 특허제도가 없고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기술 개발이 쉽게 모방될 수 있다면 어떤 기업도 선도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특허는 신기술에 대한 재산권(property right)이며,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허는 보호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적정한 특허기간은 어떻게 결정될까.
특허제도를 통해 신기술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술 혁신을 선도적으로 수행할 인센티브가 크게 감소할 것이다. 반대로 기술 혁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장기적으로 부여한다면 독점으로 인한 사회 후생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왜냐하면 기술 혁신은 긍정적 외부성인 기술파급효과(technology spillover)가 있으므로 많은 경제 주체가 혁신의 결과를 공유할 때 사회 후생의 극대화가 실현된다. 따라서 기술 혁신의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하고 사회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특허기간을 결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논의는 흔히 ‘특허의 경제학(economics of patent)’이라고 한다. 즉 특허의 경제학은 특허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 후생의 증대와 기술 촉진의 동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