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막 ‘거대자기저항’효과 규명
대용량 하드디스크 시대 문열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얇은 막(膜)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자성 변화를 이용해 컴퓨터에 사용되는 하드디스크 개발을 가능하게 한 프랑스와 독일의 응집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9일 오후 7시(한국 시간)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두께의 얇은 막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자기 현상인 ‘거대자기저항(GMR·Giant Magnetic Resistance)’ 효과를 규명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알베르 페르(69) 교수와 독일 윌리히 연구센터 페터 그륀베르크(68)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GMR 효과란 박막 구조에서 외부 자기장의 강도가 조금만 변해도 소재의 전기저항 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두 가지 스핀(회전) 방향을 갖는데 그 방향에 따라 물질의 저항 값이 달라진다. 두 사람은 스핀 방향이 서로 다른 박막을 반복해 쌓으면 작은 자기장의 변화에도 저항 값이 급격히 바뀌는 GMR 효과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의 연구는 곧바로 대용량의 하드디스크 개발에 활용됐다. 박막에서 일어난 저항 값 변화를 이용해 정보를 쓰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스핀 하나하나를 한 개의 정보 저장 단위로 사용할 수 있어 얇고 작은 대용량 하드디스크의 제작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억용량이 4.5GB만 넘어도 GMR의 영향을 받는다. 1997년 IBM은 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제작해 선보였다.
실제로 이들의 연구는 현대인의 생활을 크게 바꿨다. 누구나 작고 얇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용되고 있는 기가바이트(GB) 용량의 하드디스크는 대부분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물리학과 박권 교수는 “두 사람의 연구 성과가 짧은 시간에 산업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페르 교수와 그륀베르크 교수는 1000만 크로나(약 14억 원)의 상금을 나누어 갖게 되며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