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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고전여행]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WALDEN)’

입력 | 2007-10-01 03:01:00


여러분은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텔레비전, 인터넷, 광고, 뉴스, 주변사람들에게 영향 받지 않고 마음대로 살고 있습니까? 아무리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해도 그러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여러분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규정된 신문, 혹은 인터넷을 통해 이 글을 읽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마음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조차 알고 있지 못합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에 따르면 말입니다. 중국의 사상가 ‘공자’를 좋아한 미국의 소로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참되게 아는 것이다”라고 하며,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성공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쓴 소리를 합니다.

그럼 소로는 자기 마음대로 살았을까요? 소로도 그것이 참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소로는 자기 마음대로 살리라 결심하고 월든 호숫가의 한적한 숲으로 들어갑니다. 그 숲에서 작은 오두막을 짓고, 밭도 가꾸면서 살아갑니다.

그곳에서 그가 주로 한 일은 산책이었습니다. 호수 주변을 돌며 맑은 물을 관찰하고, 벌레들의 움직임을 보며 즐거움을 느낍니다. 꿩 비둘기 토끼 다람쥐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즐겼습니다. 겨울에는 호수의 물과 함께 얼어붙은 공기방울을 보면서 신기해합니다. 가끔씩 밭에서 일을 할 때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인 양 생각합니다. 호미로 땅을 파다가 호미가 돌에 부딪쳐서 소리라도 나면 웬만한 오페라보다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느낍니다.

이런 소로를 만난 사람들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먹고살아요?” 열심히 일해도 겨우겨우 먹고사는 마당에, 이렇게 하루 종일 쓸데없는 어린애 놀음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인간이 잘 먹고 잘 사는지 궁금했겠지요. 소로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라고 주장했거든요. 소로가 주로 먹은 음식은 콩 쌀 옥수수 감자 등 각종 채소와 가끔씩 숲에서 사냥한 동물이었는데요, 그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처럼 소박하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렇게 중노동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데, 사람들은 중노동을 한다. 중노동을 하고 나면 영양보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기와 음식을 먹는다. 그런데 이 배불리 먹을 음식값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시 중노동을 해야 한다.”

소로는 완전한 성충이 되지 못한 유충이나 음식을 배불리 먹지, 성충이 되고 난 파리나 나비는 이슬 한 모금만으로도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그는 배불리 먹는 것만을 추구하는 인간은 유충과 다름없다고 말하며 자기의 소박한 밥상을 자랑했습니다. 우리는 배불리 먹기 위해 고기를 먹고, 그 고기의 기름기 때문에 농약에 전 녹차나 독한 탄산음료를 마십니다. 그렇게 많이 먹은 음식 때문에 탈이 나면 다시 병원에 가고, 이 모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많이 벌어야 합니다. 소로는 바로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비결은 바로 소박함이라는 것이지요.

그는 대부분의 세상 사람을 ‘호화유람선 타고 유독가스 마시며 천국으로 가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호사스러운 대형 승용차를 타고 유독가스를 마시면서 호화로운 시멘트 방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땅 위를 걷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지요.

세상이 옛날보다 훨씬 발전했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그 발전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결코 더 큰 행복을 누리는 건 아닙니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증거로 자동차, 수치가 올라간 월급 액수, 풍성한 음식 등을 듭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행복의 증거라면 이미 이 행복은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석유가 바닥나거나 석유 값이 엄청나게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동차를 타기도 어려워질 겁니다.

풍성한 음식 재료를 들여오기도 힘들어질 것이고, 석유를 재료로 한 화학비료 없이는 풍성한 음식을 만들기도 힘들 겁니다. 콩기름 태양열 닭똥 수소 등으로 만든 이 세상의 어떤 에너지도 석유만큼 풍족하게, 또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도 석유가 들어갈 테니까요. 하지만 ‘종말’ 따위를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로는 소박하게 사는 게 참 즐겁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수봉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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