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자취를 감춘 지 두 달여 만인 16일 모습을 드러낸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는 몹시 수척한 모습이었다.
신 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서 JAL 953 항공편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일반인의 시선을 의식한 듯 비즈니스석에 탑승했고 일행은 없었다.
신 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 승객은 “신 씨가 선글라스를 낀 채 기내에 오른 뒤 비행 내내 괴로운 듯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오후 5시 10분경 신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인천국제공항 35번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 직원들이 신 씨의 팔짱을 낀 상태였다.
입국장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서울서부지검과 인천공항분실 검찰 직원 8명은 신 씨를 기내에서 체포했다. 신 씨는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기에서 내렸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베이지색 재킷과 청바지, 운동화 차림의 신 씨는 오랜 기간의 심적 부담감 탓인지 야위었고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나리타공항에서와는 달리 선글라스는 끼지 않고 있었다.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김영욱 동아닷컴 인턴기자
신 씨는 “변양균 전 실장과 연인 관계가 맞느냐”, “누드 사진이 사실이 맞느냐”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귀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짧게 심경을 밝혔다.
이어 검찰 직원들과 공항경찰들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가는 20여 분 동안 신 씨는 왼쪽 다리를 약간 절기도 하면서 몸을 가누지 못해 검찰 직원에게 기대기도 했다.
또 감정이 격앙된 듯 얼굴 곳곳과 목덜미가 울긋불긋해졌으며, 괴로운 표정을 짓다가 눈물을 훔치는 것처럼 손으로 여러 차례 얼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는 회색과 파란색 수하물 2개를 찾느라 5분간 수하물 회수대에서 잠시 머무른 뒤 입국장을 빠져나가 검찰 직원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곧바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으로 연행됐다.
한편 신 씨가 나온 입국장에서 차량이 있는 출구까지 경찰관 50여 명이 늘어서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했고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신 씨의 모습을 찍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신 씨는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한 뒤 검찰청사 회전문을 통해 들어가면서도 힘이 빠져 주저앉을 뻔했으나 수사관들의 부축으로 중심을 되찾았다.
인천=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