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최종찬]도로 13km 닦는데 13년 걸리는 나라

입력 | 2007-09-06 03:02:00


최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한 국도(國道) 공사가 무려 4년 동안 예산 부족으로 총 5.8km의 공사 구간 중 터널 450m만 공사를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의 일부 도로 사업은 구간이 10km에 불과한데 공사기간은 15년이고, 경남의 한 도로 사업은 13km 구간에 공사기간은 13년이다. 대학시설도 공사비가 100억 원 규모인 건물의 사업기간이 통상 5년 소요된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도로 항만 공공시설 등의 투자 수요는 넘쳐, 이를 고루 충족시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완공(完工) 위주의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완공 위주의 투자는 다른 지역이나 기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국민의 세금을 아끼고 편익을 증진할 수 있다. 반면 분산투자는 막대한 손해가 따른다.

건물을 예로 들어 보자. 대학교 시설 투자를 위한 돈이 매년 500억 원 있는데 총사업비 500억 원 규모의 건물 5동을 지으려 하고 기술적으로 1년에 1개 동을 지을 수 있다고 가정하자. 5개 대학이 서로 자기 건물을 먼저 짓겠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각 대학에 100억 원씩 나눠 주면 동시에 착공하고 5년 후 동시에 완공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같이 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5개 대학이 추첨 결과에 따라 1년에 1개 학교씩 500억 원을 집중 투자받는다면 1년 후 1개 동을 완성해 활용할 수 있다. 2년 후에는 2개 동, 4년 후에는 4개 동을 활용할 수 있다. 운이 없어 맨 마지막에 짓는 학교는 5년 후에 건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앞서 예로 든 분산투자의 경우에도 5년 후 완공되기는 마찬가지다. 추첨해서 꼴찌가 돼도 전자의 분산투자보다 더 나빠지진 않고, 꼴찌만 아니면 완공 연도를 앞당길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마다 예산편성 지침을 통해 완공 위주의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대로 되지 않는다. 각 사업 주체가 한정된 재원에 비해 너무 많은 사업을 신청하고,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착공만 하게 해 달라는 식의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산 규모로는 몇 년간 신규 사업을 착공하지 않더라도 기존 사업의 완공에 몇 해가 걸릴 것이다.

현 제도로는 ‘착공만 하게 해 달라’는 식의 분산투자 요구를 당국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신규 사업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완공 위주의 투자를 법률로 제도화해야 한다.

즉, 착공된 사업은 최단기간 내에 완공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기술적으로 착공 후 3년 안에 완공이 가능한 건물이라면 사업 착수 때 ‘계속비 제도’를 활용해 3년간 예산을 미리 배정하도록 법률로 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해마다 1년 치 공사 예산만 배정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중요 사업이 최단 시간에 끝나도록 미래 예산까지 재원을 미리 확보해 주고, 이 같은 사업 예산을 우선 배정한 다음 여유가 있을 때 새 사업에 착수하면 된다.

완공 위주로 투자하면 착공 사업이 적어지므로 착공 사업에 포함시키려는 정치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다음 착공 사업의 순서를 투명하게 공표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완공 위주의 투자가 정착되면 공사기간 장기화에 따른 불편도 줄어들고, 같은 예산으로 국민의 편익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해마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18조 원 정도이므로, 완공 위주의 투자가 정착되면 수천억 원의 절약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롯데그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