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62·동숭아트센터 대표·사진) 단국대 교수의 허위 학력 파문에 이어 김 교수의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취득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예심에 참여했다가 본심에서 제외된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는 8일 “2003년 김 교수의 박사 논문 예심에서 심사에 통과하기엔 논문의 함량이 안 돼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통상 본심은 예심에 참여한 3명을 포함해 5명이 심사하는데 예심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 나에겐 연락도 없이 본심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성균관대는 허위 학력 파문과 관련해 8일 “김 교수에 대한 학위 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국대 역시 김 교수에 대한 파면 등 징계를 논의키로 했다.
▽박사학위 심사 과정의 의혹=정 교수는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의 문제점에 대해 “학문적 글쓰기가 전혀 안 돼 있어 내용이 논리적으로 이어지지도 않았고, 석사학위 논문을 거의 재탕한 내용인 데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동숭아트센터를 주제로 삼아 객관성에서 문제가 커 반대했는데도 본심에서 통과됐다”고 말했다.
당시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장은 성균관대 이모(현 명예교수) 교수가 맡았다. 그는 김 교수의 석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으며, 1991∼2004년 옥랑문화재단의 이사를 맡았다.
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옥랑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옥랑장학금의 지급 명세에 따르면 김 교수가 성균관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0∼2003년 이 대학에 1370만 원을 낸 것으로 돼 있다.
한편 김 교수는 단국대 산업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되기 4개월 전 강사시절인 2002년 5월 13일 단국대에 교육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이와 관련해 단국대 안순철 기획조정실장은 “타이밍이 우연히 맞았을 뿐 김 교수가 임용된 것과 발전기금을 낸 것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김 교수는 2004년에 1500만 원, 2005년에 3000만 원 등을 내놓는 등 총 1억4500만 원을 단국대에 기부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김 교수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학위 취소 및 교수 파면 검토=성균관대 정진욱 대학원장은 8일 “김 교수가 비인가 대학인 미국 퍼시픽웨스턴대에서 수학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며 “해당 대학에서 김 교수의 졸업 여부를 회신해 오면 대학원위원회를 소집해 석박사 학위를 취소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단국대도 9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 2002년 9월 단국대 산업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김 교수의 징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신현기 교무처장은 “김 씨가 사표를 냈지만 인사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기보다 재단에 파면을 요청하는 쪽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옥랑은 누구인가=김 교수는 1984년 꼭두극단 ‘낭랑’을 창단하며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재력가 남편을 둔 그는 1989년 대학로에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복합문화공간인 동숭아트센터를 설립했다. 첫 기획 공연인 ‘어머니’를 비롯해 ‘천년의 수인’ ‘나, 김수임’ 등 주요 연극을 제작했고 해마다 누적되는 막대한 적자를 사재를 털어 메워 왔다.
김 교수는 현재 동숭아트센터의 대표와 옥랑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옥랑희곡상’ ‘다큐멘터리 옥랑상’ ‘옥랑장학금’ ‘옥랑펠로십’ 등 자신의 이름을 딴 지원사업과 ‘서울 여성영화제’ 등을 벌여 왔다. 재단 측 관계자는 “이번 일과 상관없이 지원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검찰, 학력위조 등 ‘신뢰교란 사범’ 집중단속▼
최근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가짜·허위 문화’를 추방하기 위한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귀남)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13개 주요 지방검찰청의 특별수사 전담부서에 ‘신뢰 인프라 교란사범 단속전담반’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전담반은 교육지식 및 문화 분야, 자격증 등 전문가 인증 분야, 규격·품질·안전성 등에 대한 국내외 인증 분야 등 3개 분야의 위조 및 사칭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라고 신고한 학원 신규 강사뿐 아니라 모든 학원 강사에 대해 학력 위조·변조 여부를 연말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