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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약혼설, 출산 의혹에 발끈

입력 | 2007-07-19 12:05:00


한나라당이 19일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경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아나운서 송지헌 씨의 사회로 오전 9시부터 3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청문회에는 5개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장소가 협소해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등 제한된 인원만 행사장에 입장했으며 지지자들이 몰린 지난 4차례의 정책토론회와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표가 청문회에 참석하는 동안 이 전 시장은 가회동 자택에 머물며 마지막으로 답변자료를 훑어봤다.

◇검증위 "발로 뛰었다"

주최측인 검증위원회의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청문회 시작 전 발표한 활동경과 보고에서 "심층조사를 벌이고 발로 뛰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안강민 검증위원장이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검증위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접수한 제보는 총 87건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검증위는 1차로 후보 본인 및 직계 존비속의 신상자료, 언론자료, 후보측 소명자료를 조사했으며 2차로 관련자들의 소명서, 공공기관 자료를 확보하고 제보자들을 직접 방문해 조사작업을 벌였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와 관련해서는 고(故) 최태민 목사의 자녀, 성북동 자택을 지어준 것으로 알려진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 등을 직접 만나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사회자인 송지헌 씨는 "두 후보가 검증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검증위에 제출했다"고 소개한 뒤 "맹물청문회, 부실청문회, 면죄부 청문회가 되지 않도록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날카로운 첫질문… 무딘 후속질문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박 전 대표의 '과거사'를 들추는 데 화력을 집중한 검증위원들의 질문은 대체로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부분의 질문이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다소 싱거운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되는 달리 검증위원들의 첫 질문은 날카로웠으나 박 전 대표가 미리 준비한 답변을 내놓은 뒤에는 후속질문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

첫 질문자로 나선 강훈 위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9억 원을 받아 이 가운데 3억 원을 '김재규 수사' 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며 송곳질문을 던졌으나 박 전 대표가 "9억 원을 받은 게 아니라 6억 원을 받았고 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없다"고 답변하자 이후 별다른 추궁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추가질의를 통해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과 관련해 △1990년 11월 9일 박 전 대표 언론인터뷰 △2005년 11월 월간조선 인터뷰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박 전 대표를 몰아붙여 눈길을 끌었다.

또 질문이 거듭될수록 청문위원들은 최 목사와의 관계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박 전 대표도 이에 질세라 한치의 물러섬 없이 적극적인 태도로 반박 또는 해명에 나서 당초 예상보다는 비교적 박진감 있는 풍경을 연출했다.

◇약혼설, 출산 의혹에 '발끈'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검증위원들의 질문을 무난하게 받아냈으나 '약혼설'이나 '고(故)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등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굳은 표정을 드러내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 월간지에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과 약혼설이 보도됐는데 어떤 관계인가"라는 권성동 위원의 질문에 "그 분(신 회장)은 뭐라고 하셨나"라고 반문한 뒤 "전혀 사실이 아닌데 국민들이 모두 생중계로 보시는데 그 앞에서 약혼설 얘기까지 질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받아쳤다.

박 전 대표는 또 최 목사 관련 의혹에 언급, "최 목사가 이런 비리가 있다고 공격하고 저와 연결해서 '주변사람이 나쁘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는 식으로 공격하는데 음해성 네거티브"라며 "네거티브를 하다하다 나중에는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얘기, 애가 있다는 둥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네거티브를 해도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정말 천벌받을 일 아닌가"라며 "애가 있다면 데려와도 좋다. 제가 DNA 검사도 해주겠다. 아무리 남을 음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말 한탄스러운 일이다"며 목청을 높였다.

◇박근혜 검증은 최태민 검증(?)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박 전 대표의 검증청문회는 사실상 최 목사와의 관련성을 추궁한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이 이 문제에 집중됐다.

김명곤 위원이 최 씨와의 만남, 최 씨의 신상, 중앙정보부의 최 씨 수사, 최 씨의 청와대 출입 등을 집중 추궁하며 포문을 열었고 이어 인명진 위원은 최 씨의 뇌물수수 의혹, 이헌 위원은 최 씨 딸과의 관계, 정옥인 위원은 육영재단과 최 씨와의 관계 등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제가 아는 한 실체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 실체가 나온다면 잘못되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면서 대체로 최 목사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아버지가 그런 것을 용서하거나 적당히 봐주는 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뒤 "아버지 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무조사, 경찰조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왜 봐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담담한 표정, 또렷한 말투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곤란한 질문이 쉴새없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담담한 표정과 또렷한 말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는 메모를 하거나 자료를 뒤지면서 거의 막힘없이 답변했고, 때때로 손짓을 하기도 해 TV 생중계에 대비한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보여주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이주호 검증위 간사가 소개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근 '경선룰 공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한 답변을 또박또박 풀어나가며 적극적인 태도로 반박했다.

그는 "내 맘에 안 든다고 문제 제기하면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표의 등가성까지 훼손하면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