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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전율, 추리소설 20선]단 한 번의 시선

입력 | 2007-07-02 03:02:00


조각난 사건들, 퍼즐처럼 하나씩…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필연적인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우연한 사건 하나 때문에 소설보다 극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혹은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선택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 세계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조각조각 나 있는 우연들이 모아지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가 완성된다. 그 우연을 모아 절묘하게 배치하고 엮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끌어내는 장르가 바로 스릴러다. 할런 코벤의 ‘단 한 번의 시선’은 추리소설이자 탁월한 스릴러다.

검사보인 스콧 덩컨은 전설적인 킬러 몬티 스캔론에게서, 화재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한 누이를 그가 죽였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3개월 후, 단란한 가정의 주부인 그레이스는 사진관에서 찾은 가족사진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남편 잭의 젊은 시절로 보이는 단체사진을 보여 주자, 그날 밤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북한 출신의 범죄자 ‘우’는 미팅 사이트에서 찾은 남자의 집에 가서 그를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을 펼치면 이렇게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 같은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익숙한 스릴러의 독자라면, 그 우연한 사건이 잘 짜인 퍼즐의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초반의 단서를 기억하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각을 맞춰 본다. 무엇과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를 찾아 헤매면서 그림이 조금씩 맞춰질 때마다 전율이 느껴진다.

스콧은 자신의 누이를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을 찾아다니고, 그레이스는 남편의 과거를 찾아다닌다. 일단 독자에게 주어진 과거의 사건은 하나다. 스물한 살의 그레이스는 지미 엑스 밴드의 공연장에 갔다가 한 마약중독자가 총을 난사하는 바람에 우왕좌왕하던 군중에게 깔려 크게 다쳤으나 살아났다. 그 사고에서는 무려 18명이 죽었다. 그레이스의 이런 과거는 스콧의 누이와 잭의 과거와 겹쳐지게 된다. 그들에게 이어진 선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너무나도 명료한 교차점이 존재한다. 할런 코벤은 그 교차점에 이르는 과정을 아주 탁월하게 구성해 낸다.

할런 코벤은 미국의 3대 미스터리상으로 꼽히는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작가다. 이 책 ‘단 한 번의 시선’은 우연한 것,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의 중첩을 통해서 그것들이 어떻게 하나의 사건으로 좁혀져 가는지를 현란한 속도로 그려 내고 있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기교라는 점에서 이 책은 스릴러의 정점을 보여 준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장면은, 저자의 기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이 책이 개인의 비극적인 우연들을 통해 세상의 비극성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그 시각이 협소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협소함이 오히려 이 책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개인에게 부여된 비극은 때로 세상의 논리와 법칙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