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신도시 등 택지지구를 개발하면서 철거 대상 주택에 살던 세입자들에게 대출하는 전세자금이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건설교통부가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철거 세입자를 위한 ‘개발이주자 전세자금 대출’의 재원이 국민주택기금에서 사업 시행자의 자체 자금으로 바뀐 뒤 대출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이주자 전세자금 대출은 공공택지 개발로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주는 제도로 2004년 도입됐다.
시행 첫해에는 6억400만 원을 대출하는 데 그쳤지만 작년에는 1259억2700만 원으로 늘어나 제도 도입 2년 만에 210배로 급증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가 ‘개발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자금을 준예산인 기금에서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해 올해부터 국민주택기금 지원이 중단된 대신 대한주택공사 등이 자체 자금으로 지원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주공이나 한국토지공사는 이와 관련한 대출규정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세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아 이들 기관이 ‘땅 장사’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주공과 토공 측은 “건교부에서 관련 규정을 만들면 거기에 따르겠다”고 해명했지만 건교부 측은 “두 공사가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과 조건을 만들어 시행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