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9일 “국민의 정부 이래 10년, 민주정부 10년은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를 되찾은 10년”이라며 한나라당이 제기한 ‘잃어버린 10년론’을 뒤늦게 반박하고 나섰다.
DJ는 이날 서울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50년에 걸친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가 공인하는 민주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냐”며 “국민의 정부 이래 10년은 비록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과거 독재세력 때문에 잃어버렸던 50년을 되찾은 10년”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6월 ‘잃어버린 10년’을 주제로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뒤 범여권을 공격하며 이 표현을 ‘단골메뉴’처럼 사용했다. 많은 지식인도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잃어버린 10년’을 비판했지만 DJ는 그동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DJ가 한나라당에 대한 반격을 넘어 ‘훈수정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현실정치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특히 범여권은 DJ가 국민의 정부 이래 10년을 ‘민주정부’로 규정하고, 범여권 통합을 지역주의가 아닌 민주세력 대결집으로 범주화한 것에 주목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한 의원은 “지역주의라는 비판 때문에 범여권 대통합에 소극적인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인사들에게 ‘장막을 걷어 줄 테니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범여권 대통합을 이뤄 한나라당과 싸워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고 했다.
DJ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백안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무엇보다 지난 10년을 부인하는 반민주적 움직임에 대해 큰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민주세력이 한데 뭉쳐 한나라당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DJ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상회담은 올해 8월 15일까지 해야 한다”며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DJ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언제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는가”라며 “민생고, 북한 핵으로 인해 불안한 남북관계, 대선 이벤트로 전락한 남북 정상회담, 노 대통령의 헌법 무시 태도 등 총체적인 국정 운영 실패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