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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난 비키니가 두렵지 않다

입력 | 2007-06-08 03:02:00

올여름에는 레트로(복고) 스타일이 해변을 점령할 전망이다. 여성 모델이 입은 레트로풍 깅엄체크 비키니는 쿠아, 하얀 테가 돋보이는 레트로 선글라스는 돌체앤가바나. 짙은 푸른색이 복고 느낌을 주는 남성의 사각 수영팬츠는 헤드. 원대연 기자

색다른 스포티 수영복을 입어 보고 싶다면 블랙을 택하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를 이용할 수 있다. 블랙 비키니는 후부. 원대연 기자

남성 수영복은 길이와 몸에 붙는 정도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요즘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은 가운데에 있는 사각 타이트 팬츠. 수영선수들이 즐겨 입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해변에서는 오른쪽 두 가지 수영복이 무난하다. 무릎 바로 위 길이에 헐렁한 반바지 느낌.


《수영복, 비키니, 비치웨어…. 말만 들어도 여자들의 마음은 심란해진다. 꼭꼭 감춰둔 군살이 세상 구경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수영복에 대한 복잡한 심사는 외국 여성들도 마찬가지. 미국에서 나온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는 수영복 쇼핑이 치과에 가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 썼다. 사람을 무섭게 만드니까.

그럼에도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수영복을 그냥 지나치긴 어렵다. 특히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뭐 어때 족(族)'도 많아졌다. 바캉스의 묘미는 일탈. 자신 있게 고른 비키니 한 벌이 여름 여행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

올여름엔 화끈한 비키니를 입고 싶다

비키니는 출발부터 일탈과 센세이션에 맞닿아 있다. 비키니는 1946년 6월 30일 미국이 핵실험을 감행했던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 이름이다.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드가 천 두 조각으로 된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이면서 '비키니'라고 이름 지었다. 그야말로 핵폭탄 같은 의상이었다.

[화보]브라질 2008 봄·여름 ‘패션쇼’

비키니는 즉각 유행하진 못했다. 법으로 금지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브리짓 바르도, 007 본드걸 등 섹시스타들의 과감한 노출에 힘입어 1960년대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휴가=일탈'이라는 등식 속에서 비키니만큼 어울리는 아이템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수영복이 대세를 이룰까.

스타일리스트 최윤걸 씨는 '레트로'(Retro·복고)라고 설명한다. 거리를 점령한 세련된 복고풍 의상이 해변까지 장악한다는 것. 스포티즘, 퓨처리즘 등 최근 패션계의 화두로 떠오른 트렌드도 수영복 디자인에 반영되고 있다.

○ 레트로, 섹시한 복고풍으로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리메이크한 ‘리플리’를 기억하는가. 1960년대 고급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1960년대 지중해풍 리조트룩의 진수를 보여 준다. 가냘픈 몸매의 귀네스 팰트로는 잔잔한 프린트의 세련된 비키니로 야하지 않은 고급 비치 패션을 선보였다.

[화보]브라질 2008 봄·여름 ‘패션쇼’

반면 007 시리즈 ‘살인번호’(Dr. No·1962년)의 본드걸 우르술라 안드레스는 1960년대의 뇌쇄적인 비키니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의에 벨트가 달린 흰색 비키니를 입고 물속에서 나오는 장면은 유명하다.

1960년대 패션은 거리를 넘어 해변을 넘보고 있다. 올해 수영복은 1960년대 고급 리조트 룩과 섹시한 본드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트로 수영복은 고급스럽게, 발랄하게, 그리고 섹시하게 여러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캐주얼 브랜드 쿠아의 김은정 디자인 실장은 “복고풍 분위기를 내기 위해 깅엄체크(흰색과 다른 색 등이 격자무늬를 이루는 것)와 리본 등을 사용했다”며 “23세 여성을 타깃으로 정해 하늘색과 핑크색으로 발랄하게 풀었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원피스 수영복을 대거 컬렉션 무대에 세웠다. 일상복인지 수영복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 돌체앤가바나는 데님에 에나멜 벨트를 매치한 원피스 수영복을, 베르사체는 라임색에 벨트를 맨 원피스 수영복을 내놓았다. 샤넬은 리본이 달린 원피스형 수영복에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해 일상복처럼 연출했다.

남성 수영복은 짙은 원색 계열의 사각팬츠가 레트로 콘셉트로 나와 있다. 짙은 파랑색 수영복은 어릴 적 아버지의 옷장에서 본 듯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신발과 모자, 선글라스 등을 활용해 2000년대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화보]브라질 2008 봄·여름 ‘패션쇼’

○퓨처리즘 vs 스포티즘

올봄 패션계를 강타한 퓨처리즘은 반짝이는 메탈릭 소재가 대표적이다. 실버나 골드 계열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스트 최 씨는 “세련된 퓨처리즘 비치룩은 이국적인 고급 리조트에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번뜩이는 에나멜 벨트를 맨 돌체앤가바나의 데님 원피스나 영화 ‘제5원소’에서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여주인공의 흰색 의상을 상상하면 될 듯하다.

실버 메탈릭 샌들, 액세서리, 비치웨어 등으로 퓨처리즘을 표현할 수도 있다. 사진 속 모델처럼 블랙 비키니 위에 목 주변에 실버 장식이 있는 톱을 덧입으면 세련돼 보인다. 화려한 골드와 실버, 크리스털 목걸이를 여러 겹 거는 것도 방법. 남성은 고급스러운 슈트 느낌의 회색 사각팬츠를 입었다. 회색이 고급스러워 중절모 스타일의 왕골 모자와도 잘 어울린다.

스포티즘은 수영복 패션에서 낯선 트렌드는 아니다.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 주로 짧은 바지와 상의 톱으로 돼 있으며 원색을 많이 쓴다.

헤드의 이효정 디자인 실장은 “발랄한 스포티 수영복은 꾸준히 인기가 높다”면서 “데님을 이용해 일상복 같은 캐주얼 느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특히 남성 수영복의 경우 스킨스쿠버 의상 같은 스타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내용으로 인기가 있는 사각 타이트 팬츠로 길이는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신축성 소재로 돼 있다. 입으면 운동선수처럼 보인다.

해변의 남성 수영복은 캘리포니아 서핑 보이를 떠올리면 된다. 스포티한 반바지처럼 헐렁한 사각 팬츠가 대세로 길이도 길어졌다.

글=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비키니가 편안하면 그댄 언제나 젊은이▼

[화보]브라질 2008 봄·여름 ‘패션쇼’

20대 초반 여성을 겨냥해 옷을 만드는 쿠아의 김은정 디자인 실장은 나이가 어릴수록 노출에 대해 과감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젊은 세대는 비키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상의 톱 위에 티셔츠나 볼레로를 따로 입지 않는 대신 허벅지의 군살을 감추기 위해 스커트를 덧입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비키니가 대중화된 역사는 길지 않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비키니를 입는 여성은 품위 없다는 편견이 강했다.

해외에서도 비키니가 일반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50년이 채 안 된다. 목욕 문화가 발달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벽화에서 비키니 의상이 발견되긴 했지만 피아노 다리도 보자기로 쌀 만큼 보수적이었던 유럽에서 비키니는 파격 그 자체였다.

디자이너 레아드가 1946년 처음 비키니를 선보였을 때 유럽은 외설 논쟁으로 들끓었다. 바티칸 교황청은 부도덕한 의상으로 규정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비키니 착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유행을 앞서 가는 스타들은 비키니에 주목했다. 메릴린 먼로, 리타 헤이워스 등이 점잖은 비키니 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브리지트 바르도는 영화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서 비키니를 입어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비키니 탄생 60주년을 맞아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키니를 비롯한 국내 수영복 시장은 한 해 1200억 원에 이른다”며 “영국 여성들은 매년 비키니에 4500만 파운드를 쓰고 프랑스에서도 비키니가 수영복 시장의 50%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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