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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고도제한 철폐’ 고민하는 농구계

입력 | 2007-06-06 03:00:00


농구 선수라면 자신의 키가 몇 cm라도 더 컸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게다.

그건 스타라도 마찬가지다. 클수록 유리해서다. 중고교 선수들은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키를 부풀리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KCC에 입단한 서장훈은 207cm로 국내 선수 중 최장신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몇몇 프로 감독들은 그의 키가 실제로는 210cm에 이른다고 말한다. 키가 워낙 큰 선수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심리가 있다고 한다.

서장훈의 아버지 서기춘 씨는 “대학 때 키를 쟀다. 신발 벗고 207cm인데 운동화를 신다 보니 더 커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반면 대표 시절 서장훈과 태릉선수촌에서 신장 측정을 해 봤다는 왕년의 센터 한기범(205cm)은 “나랑 키가 똑같았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최근 프로 10개 구단 감독은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한 선수의 신장은 208cm를 초과할 수 없고 두 선수 합계는 400cm를 초과할 수 없음) 철폐 문제를 표결에 부쳤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그 결과는 찬성 6표, 반대 4표로 없애는 쪽으로 모아졌다. 다만 최종 결정은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에 맡기기로 했다.

이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쪽은 주로 장신 국내 선수를 보유한 팀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사를 반영한 듯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용병 때문에 입지가 줄어든 국내 장신 선수들이 더욱 설 땅을 잃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신장 규정은 3차례나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논란을 일으켰다.

용병들은 소속 구단으로부터 키를 줄여 재는 요령(턱을 목에 붙이기, 무릎 약간 구부리기 등)을 배우기도 한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0.2cm 차로 제한 신장을 초과해 공들여 뽑은 용병을 돌려보낸 적도 있다. 농구에서 키는 물론 중요한 승부의 열쇠지만 농구의 묘미를 살리면서 국내 유망주도 살릴 수 있는 묘수는 없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