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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처장은 계속 우기고… 홍보수석은 노래 부르고…

입력 | 2007-05-31 03:00:00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부 부처의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고 공무원 취재를 제한하는 내용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29일 KBS TV와의 인터뷰 도중 가수 김현식의 노래 ‘사랑했어요’를 부르고 있다. KBS TV 화면 촬영


김창호 홍보처장“언론이 미국 프레스룸을 기자실인 것처럼 오역”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부 부처의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고 공무원 취재를 제한하는 내용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30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미국의 프레스룸을 마치 기자실인 것처럼 오역해 미 정부기관에 전부 기자실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처장은 또 “세계적으로 국정홍보처와 같은 기능을 하는 정부기구와 위원회가 있다”며 ‘국정홍보처 폐지론’을 반박했지만 모두 궤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프레스룸은 기자실이 아니다?’=김 처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프레스룸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기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머물거나 자료를 배치하는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프레스룸도 취재 지원을 하는 공직자들을 위한 공간인데 언론이 기사 작성과 송고를 하는 ‘기자실’로 잘못 번역해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오역으로 미 정부기관에 전부 기자실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모르고 했어도 문제이고, 알고 했다면 도덕적으로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의 주장은 “많은 선진국에는 별도의 (기사) 송고실이 없다”는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미국은 백악관을 비롯해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 주요 부처에 브리핑룸 외에 기사 작성과 송고를 위한 기자실인 ‘프레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백악관의 경우 상주 기자들을 위한 기사송고실이 제공된다. 주요 방송사에는 전송 장비를 갖춘 별도의 공간까지 주어진다. 일본의 경우 총리실을 비롯해 거의 모든 부처에 기자실이 설치돼 있다. 의원내각제의 전통이 강한 유럽 각국도 의회에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할 수 있는 기자실을 운영 중이다.

▽‘홍보처는 민주주의 후진국 기구’=국정홍보처 기능을 하는 정부기구나 위원회를 두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김 처장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많다.

‘정권 홍보’에 주력하는 국정홍보처와 같은 성격의 기구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중동이나 정정이 불안정한 동남아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24년간 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공보장관을 뒀다.

미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선진국의 경우 각 부처에서 주요 홍보를 책임질 뿐 정권 홍보에 ‘다걸기(올인)’ 하는 별도의 부처를 두고 있지 않다. 김 처장이 모범 사례로 언급한 독일의 연방공보처도 기능과 역할에서 언론을 통제하고 취재를 제한하는 국정홍보처와는 다르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정홍보처와 같은 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민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었던 독일의 선전부 등의 산물”이라며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부 홍보를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는 기구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맹탕 브리핑’=브리핑 활성화를 내걸며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주도한 국정홍보처는 여전히 ‘맹탕 브리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처장은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 결과를 브리핑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김 처장은 의결된 법안 및 시행령에 대한 개요를 읽어 준 뒤 기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해당 부처에서 따로 발표할 것”이라며 넘어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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