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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아, 그렇게 찾았는데 결국…”

입력 | 2007-04-25 02:53:00


제주 실종 여아 40일 만에 시신 발견

집근처 과수원서… 타살 가능성에 무게

제주 서귀포시에서 실종된 서귀북초등교 3년 양지승(9·사진) 양이 40일 만에 결국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24일 오후 5시 40분경 서귀포시 서홍동 양 양의 집인 썬빌라 서북쪽 70m 지점 감귤과수원에서 검은색 비닐에 싸인 어린이 시체를 경찰특공대가 수색 중 발견했다. 양 양의 집에서 불과 70m, 실종 추정 지점에서는 20m 떨어진 곳이었다.

비닐에서 양 양이 실종 당시 입었던 갈색 운동복과 단화 등이 발견됐다. 시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했다.

경찰은 특공대원이 수색견과 함께 감귤과수원 관리사 주변을 수색하던 중 관리사 담 밑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시체는 폐가전제품 사이에 있었다.

경찰은 양 양의 시체가 발견된 직후 과수원 관리인 S(49) 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했으며 이날 오후 11시 반경 한 명에게서 범행을 자백받았다.

○ 재수색 과정에서 발견

양 양은 3월 16일 오후 5시 20분경 학원 차량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지점에서 사라진 뒤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은 서귀포경찰서 중앙치안센터에 수사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그동안 단서를 찾지 못했다. 34건의 제보도 신빙성이 떨어졌다.

경찰은 수사가 장기화되자 신고포상금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리고 1계급 특진을 내걸었다. 양 양의 수색작업에 연인원 3만여 명이 동원됐다.

경찰은 원점에서 수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경찰특공대원 등을 동원해 양 양 집 주변부터 수색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 성범죄의 희생양일 가능성 높아

경찰은 양 양의 시체가 발견됨에 따라 타살로 잠정 결론을 짓고 수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관리인 두 명을 참고인으로 부르던 경찰은 24일 오후 10시경부터 “두 명 중 한 명은 용의자로 수사 중”이라고 말을 바꾸었고 11시반경에는 “한 명에게서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 양이 금품을 노린 납치보다는 성범죄에 희생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양 양의 시체가 발견된 지점이 실종 추정 지점에서 불과 20m 내외인 점을 들어 초기 수색이 허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종 당시에도 감귤과수원 관리사 담에는 폐가전제품이 쌓여 있어 수색팀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사본부 측은 양 양이 실종된 지점의 주변 집이나 시설물에 대해 경찰이 조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뒤에 발견된 점으로 미뤄 범인이 최근 시체를 옮겼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양 양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아버지 양모(43·목재회사 직원) 씨는 울분을 토하며 비통해했다.

양 씨는 “딸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살아 돌아왔으면 했는데 이럴 수는 없다”며 흐느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