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에 팬들을 빼앗겼던 국내 프로야구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4월 6일 막을 연 2007 삼성PAVV 프로야구가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하며 야구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개막 후 1주일간 야구장을 찾은 총 관중수는 234,356명. 지난해 같은 기간 총 관중수 189,882명보다 약 23% 가량 상승한 수치다.
특히 지난 10일 롯데의 부산 사직구장 홈 개막전에서는 만원 관중에 웃돈 암표까지 등장해 ‘야구 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같은 날 ‘스포테인먼트’라는 기치를 내건 SK 홈 개막전이 궂은 날씨 탓에 예상보다 관중이 적었던 점은 아쉽지만 400만 관중 돌파라는 목표를 향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록 1주일이 흘렀을 뿐이지만 이와 같은 국내 프로야구의 초반 인기는 각 구단들의 노력이 큰 힘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SK는 '팬들과 함께 하는 야구'를 표방하며 바람을 잡았고 나머지 구단들도 이에 자극받아 다양한 마케팅을 도입해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SK는 홈구장에 위락 및 편의 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팬 초청 행사를 여는 등 과거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로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심정수(삼성), 마해영(LG), 김동주(두산) 등 지난해 부진했던 스타플레이어들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고 해외파인 최향남(롯데)과 봉중근(LG)의 복귀, 그리고 김광현(SK)이라는 거물 루키의 등장으로 팬들의 볼거리도 늘었다. 여기에 왕년의 올드스타인 이만수 SK 수석코치가 국내로 돌아왔고 LG로 자리를 옮긴 김재박 감독과 삼성 선동렬 감독의 라이벌 열전도 관심을 끄는 요소다.
여기에 한국야구가 팬들의 눈길을 다시금 돌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의 인기 하락.
한때 박찬호, 김병현 등 코리언 빅리거들의 활약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메이저리그가 최근 이들의 부진으로 야구팬들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지고 있는 추세다.
공교롭게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00년과 2001년, 한국프로야구는 200만 관중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팬들은 수준 높은 야구장에서 힘 좋은 미국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박찬호의 모습을 보며 스케일 작은 한국야구에서 느낄 수 없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약속이나 한 듯 부진하고 최희섭 등 일부 선수들이 국내 유턴을 고려할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해 지자 팬들 사이에서 메이저리그는 이제 ‘남의 나라 리그’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러한 현재의 흐름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 등이 시즌 내내 초심을 유지해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시즌이 더해 가면 갈수록 과거처럼 팬은 뒷전인 ‘성적 지상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