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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 마무리보다 야당 走者 때리기 바쁜 대통령

입력 | 2007-03-02 23:43:00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이분들이 집권하면 역사의 퇴행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힌 내용이 뒤늦게 흘러나왔다. 대통령은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구상과 관련해서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이냐”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의 연속적인 야당 후보 공격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다.

‘역사의 퇴행’ 운운은 구 집권세력인 한나라당 전체 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전 대표를 동시에 지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당 지도부와 자리를 함께해 야당 후보를 공격하고, 야당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통령에게 공정한 대선 관리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틀린 것 같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앙선관위의 경고를 받고, 비록 탄핵소추가 기각되긴 했지만 헌재에서 엄중한 경고를 들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계속 짓밟는 처사에 개탄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전 시장의 ‘대운하’나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은 국민이 국익과 경제성을 놓고 검증해 판단할 일이지 청와대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도 경제대통령이 아니라 정치대통령을 바란다며 이 전 시장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야당 후보 공격을 시리즈로 하는 것은 정권 재창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주요 토목건설사업에 2030년까지 116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2단계 ‘국토균형발전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개발 사업으로 전국에 개발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쏟아 부은 보상금 때문에 전국의 땅값과 수도권 집값 폭등 사태가 일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의 토목공사는 괜찮지만 다음 정권은 안 된다는 것도 이중적 기준이다.

대통령이 국정과 민생에 전념하지 않고 대선과 정권 재창출에 집착하는 데 따른 임기 말 국정 혼란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