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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립유공자 후손을 슬프게 하는 정부

입력 | 2007-02-28 02:59:00


일제강점기에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국가유공자들의 후손 중에는 최저 생계에 못 미치는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7월 중국 등지에서 귀화한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18가구 33명도 그렇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안정된 수입원 없이 식당보조, 가정부, 건설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극빈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행정처리 늑장으로 지금껏 정착금도 못 받았다고 한다. 선열들 대하기가 부끄러울 뿐이다. 지하에서 얼마나 비감하겠는가.

이 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란 명분 아래 간첩 사건 연루자나 좌익 폭동 가담 의혹 세력까지도 ‘민주화 운동 기여자’로 추앙하고 보상해 왔다. 재심을 통해 사법부 판결을 뒤집기도 했다. 그런 정부가 정작 국권 회복과 자유민주주의 국가 보위에 기여한 독립운동가와 참전 유공자 및 그 후손들을 소홀히 대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독립유공자 중에는 자녀 교육도 제대로 못 해 3대에 걸쳐 가난을 대물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 대통령은 2004년 3·1절 기념식에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자랑과 긍지를 갖고 살 수 있도록 대우에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듬해엔 ‘독립유공자 예우법’을 고쳐 공공시설 안에 매점이나 자동판매기를 설치할 때는 이들을 우선 배려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가보훈처도 형평을 잃은 보상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졌는데도 나라의 홀대에 한(恨)이 맺힌 유공자와 후손들이 나오겠는가. 이러고서도 유사시 국민에게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국가유공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그 공을 기리고, 후손들도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예우해야 한다. 이 정부는 출범 이래 과거사 규명에만 수천억 원의 혈세를 썼다. 그래서 얻은 것이라곤 국민 편 가르기밖에 없다. 그 돈의 극히 일부라도 생계가 어려운 국가유공자와 후손들을 위해 썼더라면 그들은 아마 조국을 다시 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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