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캐슬린 스티븐스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최근 서울에 와 유엔군사령부의 미래 역할에 대해 우리 정부와 논의했다고 한다. 2009∼2012년 사이 전시(戰時)작전통제권이 한국에 환수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될 경우 유엔사의 성격과 기능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지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18일 유엔사의 기능 강화와 전시 조직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논의에선 유엔사령관의 평시 정전(停戰)협정 관리업무를 한국이 넘겨받는 문제와 유사시 미 증원군(增援軍)의 신속한 투입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유엔사의 새 역할이 집중 논의됐다. 미국 측은 정전 관리의 책임은 유엔사령관에게, 손발이 되는 미군 병력 지휘권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어 연합사 해체 후 ‘지휘권은 없고 책임만 있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의 마찰 등이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유엔사령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유엔사 지휘부는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사령부 조직과 겹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독자적인 전시작전권을 행사할 경우 효율적인 작전이 될 수 없다. 이 경우 유엔사가 유기적인 한미합동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더욱이 유사시 미군 병력 69만 명과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000여 대의 투입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 ‘한미 전평시(戰平時) 협조본부’를 창설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한미연합사만큼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유엔사가 존속해야 한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고 해도 그 자체가 우리의 안보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평화협정 체결을 계기로 북-미(北-美)가 가까워질 경우 주한미군만 무력화될 수 있다. 이런 불안정성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유엔사가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