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독자와 이번 사건의 교훈을 나누고 싶다.”
지난해 12월 미국 오리건 주 눈 덮인 산악도로에서 조난당한 뒤 아내와 두 딸을 살리고 사망한 제임스 김 씨의 부친 스펜서 김(사진) 씨가 아들의 실종과 사망이 ‘제도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지적하며 제도 정비를 촉구하는 글을 6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
스펜서 김 씨는 먼저 폭설로 통제된 벌목도로에 ‘진입 금지’ 표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들 가족이 탄 차가 진입했다며 도로의 경고표지판 관리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도로 관리자가 표지판을 제대로 설치하고 표지판 훼손을 연방법 위반 범죄로 다스렸다면 아들이 당한 것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 가족이 사고를 당한 벌목도로는 겨울철에 보통 진입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사고 당시에는 누군가가 경고판을 훼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씨는 “개인정보 보호 목적으로 실시되는 신용카드 및 휴대전화 사용 기록은 ‘생사를 다투는 조난 구조작업’ 때는 예외로 가족에게 즉각 공개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들 가족이 마지막으로 쓴 휴대전화 기록 공개가 늦어지면서 아들 가족의 조난 사실은 조난 발생 4일 만에야 확인됐다. 긴급 구조작업도 그만큼 지체됐다.
그는 구조대와 자원봉사단의 영웅적 노력에는 감사하다면서도 구조 활동이 혼란과 통신장애, 지도력의 부재로 얼룩졌다며 체계적인 구조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리건 주 경찰이 중앙통제본부를 세울 때까지 잘못된 정보가 넘쳐났고 구조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은 아내와 두 딸을 살리기 위해 눈 속을 헤쳐 나간 행동하는 인물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이 아들을 기리는 길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
그는 벤처기업 CBOL 회장으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를 지내 한인 사회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