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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쏘옥]책 ‘머니 사이언스’로 보는 도박의 경제학

입력 | 2007-01-03 02:54:00


“나는 투 페어를 들고 있소. 지금 보니 당신이 스트레이트를 만들어 내게 이길 수 있는 확률은 17.4%에 불과하군요.”

고아로 자라 본명 대신 ‘숫자’라는 뜻의 프랑스어를 이름으로 택한 수학자 르시프르(Le Chiffre)는 테러리스트의 자금을 관리하는 ‘악당의 은행가’다.

그는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칩을 ‘올인’(다걸기)한다. 상대방은 땀을 훔치다 결국 패를 놓아 버린다. 최근 개봉한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한 장면이다.

르시프르는 상대방의 패를 전혀 보지 않고도 이미 공개된 상대방의 카드와 자신이 든 카드로 순간적으로 확률을 따져 남은 승률을 계산한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늘 이기는 도박이 가능할까.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책 ‘머니 사이언스’(사진)는 바로 이런 도박의 경제학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싸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960년대 미국 벨연구소의 연구원 클로드 섀넌은 1000달러를 갖고 있고,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주식 500달러와 현금 500달러로 나눠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다음 날 주가가 50% 폭락하면 250달러 주식과 500달러 현금을 갖게 되는데 이를 또 주식과 현금 375달러로 맞추라는 것. 다음 날 주식이 2배로 뛰면 주식은 750달러, 현금은 375달러가 되는데, 이는 자금을 모두 주식으로만 갖고 있는 경우(1000달러)보다 125달러를 더 번다는 것이다. 적게 잃고 많이 버는 ‘황금 공식’의 탄생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교수였던 에드 소프는 자신이 세운 헤지펀드에 이를 응용해 20년간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격렬한 반박에 부딪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이 이를 ‘탐욕의 공식’이라고 맹렬히 비난한 것이다.

새뮤얼슨은 “여러분은 정말로 크게 잃을 수 있으며, 그럴 가능성을 보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1000달러가 1000만 달러가 됐을 때 주식이 반 토막 난다면 손실은 무려 250만 달러, 반복되면 단숨에 수백만 달러를 잃게 된다는 뜻이었다.

지나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도박과 투자의 경계였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