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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서울山 ‘참나무 에이즈’ 비상

입력 | 2006-12-21 03:01:00

북한산의 참나무 시듦병 현장. 곳곳에 훈증 처리 중인 나무가 보인다. 사진 제공 서울시


19일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 의왕, 성남시 경계에 위치한 서울 청계산. 산 중턱 등산로 곳곳의 참나무들이 밑동만 남아 있고 그 주변에는 잘려진 참나무들이 대형 비닐에 덮여 있었다.

등산객 손모 씨는 “30∼40년생은 돼 보이는데 어쩌다 이렇게 흉측하게 잘렸는지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잘려진 참나무 밑동에는 ‘참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참나무시듦병의 피해로 인해 약제로 훈증처리 중이며, 이들 나무를 허가 없이 가져갈 경우 산림법 제122조 위반죄로 처벌받게 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적혀 있다.

서울 산의 참나무 수천 그루가 말라죽고 있다.

본보가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확인한 결과 청계산과 북한산, 불암산, 도봉산, 대모산, 망우산 등 8개 자치구 5개 산에서 5200여 그루의 참나무가 시듦병으로 고사(枯死)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2600여 그루는 약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 역시 고사할 위기다.

특히 불암산은 시듦병이 심각한 상태. 참나무 4000여 그루가 고사했고 1900여 그루가 약물주사를 맞고 있다.

▽시듦병, 서울의 주요 산림 습격=산림청에 따르면 시듦병은 2004년 8월 경기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강원, 충북, 전북 등 23개 시군구에서 올해 1만1000여 그루가 피해를 보았다. 산림청은 경기 지역에서 시듦병이 확산되면서 서울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시듦병에 걸린 참나무를 잘라 농약의 하나인 메탐소디움을 뿌린 뒤 비닐로 포장하는 훈증 방제작업을 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시도 산림의 60%가 참나무인 데다 이미 이 가운데 3600그루가 시듦병에 걸려 비상이 걸렸다.

▽나무를 잘라 약물 처리하는 방법이 유일=시듦병은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 5월에 참나무에 침입해 나무의 수분 이동로를 막으면서 말라죽게 하는 병. 시듦병에 걸린 참나무는 줄기와 굵은 가지에 직경 1mm 크기의 수많은 구멍이 생기고 그 아래 땅에 광릉긴나무좀의 배설물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시듦병에 훈증 방제 처리 외에는 마땅한 방제 대책이 없다는 점.

서울시는 이에 따라 내년 4월과 12월에 각각 시듦병 현황을 추가 조사하고 방제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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