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들의 인정과 의리가 경상도 사투리에 그대로 스며 있는 것 같아요.”
2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경북외국어대 주최로 열린 제1회 대구·경북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중국인 유학생 이나(李娜·24·영남대 경영학과 4학년) 씨는 “2004년 한국으로 유학 온 뒤 줄곧 대구에서만 살아 대구가 고향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미얀마 등 16개국 유학생을 비롯해 외국인 88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낸 이 씨는 “영남대 외국어 어학당에서 한국어 표준말을 공부한 뒤 TV 드라마와 친구 등을 통해 경상도 사투리를 배웠다”며 “대구 사람 특유의 사투리가 무척 정겹게 들린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서울 동대문시장에 갔을 때 가게 주인에게 ‘대구에서 왔다’고 말하며 사투리를 썼더니 같은 고향 사람이라며 물건 값을 팍팍 깎아 주셨다”며 “대구 출신은 고향을 아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런 그도 처음에는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초 한 교수님의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수업 시간에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수업 후 그 교수님을 찾아가 ‘표준말로 강의하실 수 없겠느냐’고 건의하자 그 교수님이 ‘나보고 우짜라고(어떻게 하라고)’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어 함께 배를 잡고 웃은 적이 있습니다.”
대구 경북의 웬만한 방언은 이제 모두 알아들을 정도로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해졌다는 그는 “화가 날 때 한국어 표준말보다는 사투리를 써야 속이 후련해질 정도로 대구 사람이 다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