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로 128의 자리에 젖힐 수 없었던 것은 이상훈 9단의 불운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여러 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직하게 민 백 128은 당연해 보이나 간단한 수가 아니었다.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할까. 두고 나면 쉬워 보여도 백척간두의 싸움에서 이런 대목을 맞닥뜨리면 참고도 백 1과 같은 수가 눈에 밟힌다. 흑 10으로 째도 백 11을 선수하며 탈출하는 흐름을 탈 수 있는 유혹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국면에서는 큰일 난다.
참고도 백 1로 행마하면 흑은 먼저 2 이하 8까지 이 쪽을 사전 공작한 뒤 10 이하를 결행하는 무시무시한 수단이 있다. 흑대마를 잡으려면 흑 18에 이을 때 백 19가 불가피한데 이때 흑 20 이하로 압박해가면 오히려 백이 걸려든 모습이다. 흑 A나 B가 모두 선수임을 눈여겨보시라. 사전 공작의 효과를 깨달을 수 있다. 프로의 무서운 수읽기!
백 128로 단순하게 밀었을 때 원성진 7단은 참고도는 물론이요 실전의 수상전까지 읽었다. 제자리걸음 같아 보이는 백 148의 이음이 수를 늘리는 요령. 이로써 152까지 수상전은 백이 한 수 빠르다. (151…146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