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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크로스! 디지털

입력 | 2006-11-23 03:00:00


그녀는 등이 깊게 파인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6장의 CD가 가로로 들어있는 덴마크 오디오 제품인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9000’은 몽롱한 분위기의 라운지 음악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 음악의 느낌이 마치 이탈리아 남자가 건네는 시선과 닮았다. 호텔 객실에 들어섰다. 흰색과 베이지색으로 차분하게 정돈된 인테리어와 뱅앤올룹슨의 ‘베오비전’ TV가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욕조에 장미 꽃잎과 거품을 띄우고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명상 음악을 감상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파크하얏트호텔의 풍경이다. 파크하얏트호텔은 고객에게 ‘놀라움과 추억’을 주기 위해 뱅앤올룹슨과 손잡았다.

2002년 8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스위스 취리히, 이탈리아 밀라노, 싱가포르 등의 모든 객실에 뱅앤올룹슨의 제품을 배치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파크하얏트서울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주 특별한 감성적 경험을 원하는 호텔과 최첨단 유행을 이끄는 디지털 정보기술(IT)의 만남은….

○ 한국의 IT 호텔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최근 25억 원을 들여 453개 전 객실에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디지털TV 인포메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21일 이 호텔의 객실에서 체험해 봤다. 얼마 전까지 비치돼 있던 호텔 안내 책자는 사라졌다. 그 대신 4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 안에 호텔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었다.

TV 리모컨은 요술방망이 같았다. 이 호텔의 식당인 ‘나인스 게이트’의 먹음직스러운 참치 타르타르 애피타이저 메뉴, 보디마사지, 깜짝 로맨스 선물을 위한 꽃가게…. 해당 TV 화면에서 곧바로 예약도 할 수 있었다.

룸서비스와 세탁 신청뿐 아니라 비행기 예약과 체크아웃 수속도 TV를 통해 가능했다. 8개 언어 50개 TV 방송도 있었다. 이 호텔은 내년쯤 국내에 인터넷 TV(IP TV)가 본격 도입되면 고객이 원하는 나라의 방송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W서울워커힐호텔은 최근 이곳의 바와 레스토랑에 설치된 LCD 스크린을 통해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잉바 스트레이 총지배인은 “양만기 박지훈 등 젊은 작가들이 특히 인기”라면서 “패션을 가미한 IT가 고객들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 첨단 디지털이 이끄는 호텔의 고급화

미국 메리어트호텔그룹은 2001년 이탈리아의 보석 회사인 불가리와 합작해 새로운 고급 호텔 브랜드인 ‘불가리 호텔 앤드 리조트’를 만들었다.

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에 문을 연 이 호텔에서는 28일 뱅앤올룹슨의 두 번째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발표회를 열고 고급 호텔의 이미지를 더욱 굳힐 예정이다.

메리어트와 경쟁 관계인 미국 스타우드호텔그룹은 2008년 미국 버지니아 주에 문을 열 ‘어로프트호텔’의 콘셉트를 아예 ‘하이테크’로 잡았다.

모든 객실에 무선 인터넷,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무선 통신 서비스 기기인 블랙베리, 대형 평면 TV 등을 구비해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키겠다는 것. 얼마나 최첨단 전자·IT 제품을 갖췄느냐가 고급 호텔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