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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테크놀러지 리뷰]“조앤, 조금만 더 커줄래”

입력 | 2006-09-29 03:02:00


《동아일보는 오늘부터 금요기획으로 ‘MIT 테크놀로지 리뷰’를 독점 게재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온라인과 격월간 오프라인판으로 발간하는 공학기술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되는 기술혁신을 실시간으로 독자에게 중계하고 있다. 특히 이 저널은 순수 공학적 의미가 크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이공학계는 물론 세계 산업계와 경영자들에게도 필독의 저널로 꼽히고 있다. 》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컴퓨터 프로그램.’

인공지능 개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콜 센터의 대화가 활용된다면?

올해 뢰브너상은 지난해에 이어 롤로 카펜터 씨가 만든 프로그램 ‘조앤’에 돌아갔다. 조앤은 사람들의 온라인 채팅 대화를 분석해 스스로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조앤은 자신이 접한 모든 대화를 ‘문맥 패턴 인지 기술’이라는 기법에 따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DB)에 분류해 저장한다. 그 뒤 사용자가 이 프로그램에 질문을 던지면 DB를 샅샅이 뒤져 ‘통계적으로 최선의’ 대답을 내놓는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재미삼아 하는 채팅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이런 역할을 넘어 상업적 용도로 쓰이거나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훨씬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동안 수천 명의 팬이 이 프로그램과 온라인으로 10년 가까이 대화해 왔다. 그 결과 조앤은 수백만 가지의 대화와 문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똑똑한’ 프로그램이 되려면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카펜터 씨는 말한다.

조앤을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카펜터 씨는 콜 센터에 눈을 돌렸다. 그는 일본의 한 회사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조앤은 이제 콜 센터에서 대화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카펜터 씨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장래에는 조앤이 인간 교환원의 역할을 대신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버밍엄대의 인공지능 학자이자 올해 뢰브너상 심사위원이었던 존 반든 씨는 조앤이 보유한 ‘통계학적’ 인공지능 접근법이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프로그램이 콜 센터에서 일할 수 있으려면 훨씬 많은 ‘지식’과 데이터가 필요하며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레딩대의 인공두뇌 학자이자 역시 올해 뢰브너상 심사위원이었던 케빈 워릭 씨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2001년 심사 때보다 진보가 없었다며 약간의 실망감을 표시했다. 특히 어느 프로그램도 4명의 심사위원과 심사에 필요한 시간인 25분간 대화를 이어 나갈 역량이 없었다.

이 상의 창시자인 휴 뢰브너 씨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든 씨는 조앤이 콜 센터에서 일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의 감정을 잘 다뤄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이들이 내뱉는 욕설에도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뢰브너상:

인공지능 연구가 휴 뢰브너 박사가 1990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행동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 튜링 테스트에서 제시된 방법을 사용해 최상의 점수를 받은 프로그램과 개발자에게 수여한다. 상금은 3000달러(약 300만 원)지만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최초의 프로그램에는 10만 달러(약 1억 원)가 수여된다.

:튜링 테스트: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 전문지 ‘컴퓨터와 지능’에서 제안한 인공지능 측정 방법. 심사위원은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두 대상과 대화를 나눈다. 두 대상 중 하나는 컴퓨터, 하나는 인간으로 되어 있다. 심사위원이 어느 쪽이 진짜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판정하면 컴퓨터는 시험을 통과해 인공지능의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인간의식의 신비 벗겨져야 AI연구 진일보” KAIST 양현승 교수

인공지능 전문가인 양현승(전자전산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견해를 듣기에 앞서 올해 뢰브너상 수상자인 롤로 카펜터 씨의 웹사이트(www.jabberwacky.com)에서 조앤과 채팅을 했다. 조앤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시골풍 민속음악’이라고 대답하는 등 깜찍하게 답변했지만 때로 요령부득의 대꾸로 실망을 주기도 했다.

“조앤이 인공지능에 속하는지는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습니다. ‘추론에 의한 인식’보다는 탐색 기능 위주의 프로그램이거든요.”

양 교수는 체스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딥 블루’와 조앤이 ‘여러 가지 케이스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최상의 답을 내놓는다’는 데서 공통된다고 말했다. 딥 블루도 과연 인공지능의 범주에 드는지 논쟁에 시달려 왔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로봇과 컴퓨터가 인간의 표정 등 ‘기능’만을 흉내 내 왔지만 앞으로는 두뇌의 인지 과정을 연구하는 생명공학 및 나노공학의 연구 성과가 합쳐져 인간 의식의 비밀을 밝혀내면 인공지능 분야에도 폭발적인 진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