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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수씨 법조 비리' 다른 판사들로 수사 급선회?

입력 | 2006-08-09 18:03:00


수입카펫 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의 법조계 로비 사건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50·구속)가 8일 비공개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다른 판사들의 이번 사건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다칠 사람' 누가 있나=조 전 부장판사는 영장심사 때 "내가 유죄로 인정되면 OOO, OOO, OOO 판사도 유죄가 되는 것 아니냐", "검찰 수사기록에 내가 다른 판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판사들을 다 조사해보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 전 부장판사가 언급한 판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3명. 이 중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1명 포함돼 있고, 이들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 전 부장판사가 다른 판사까지 거론하고 나선 데에는 "왜 나만 문제삼느냐"는 강한 불만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9일 조 전 부장판사의 발언에 대해 "억울하다는 점을 강조한 얘기"라며 '폭로'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조 전 부장판사가 김 씨와 친분을 맺은 기간이 16년이나 되는 데다 김 씨가 아는 판사들은 대부분 조 전 부장판사의 소개로 만났다는 데에 있다.

그렇게 소개한 판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 김 씨와는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를 조 전 부장판사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조 전 부장판사의 소개로 김 씨를 알게 된 몇몇 판사는 이후 김 씨와 '직거래'를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장판사, 입 열까=법원은 조 전 부장판사가 영장심사 과정에서 다른 판사들을 거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후배 법관들 이름까지 줄줄이 대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건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장판사는 검찰의 추가 조사 과정에서 계속 다른 판사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소가 되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김 씨를 만날 때 동석했던 후배 판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후배 법관들이 줄줄이 법정의 증언대에 서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비록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더라도 김 씨와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 판사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법원 역시 어느 조직에나 있을 수 있는 1,2명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판사들이 두루 연루돼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면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추가 수사대상은 누구=검찰은 9일 "수사 대상은 당초 밝힌 10여명 외에는 현재로선 더 이상 없다"고 밝혔다. 구속 된 조 전 부장판사, 김영광 전 검사, 민오기 총경 외에 남은 7,8명에 대한 수사에 주력한다는 것.

이 중 대법원 재판연구관 K 씨는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K 씨는 "법정 구속된 지인이 보석으로 석방될 수 있도록 힘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 씨에게서 현금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부장검사 출신 P 변호사는 5년여 동안 전별금과 용돈 등 명목으로 김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으며, 경찰 간부로부터도 수백만~수천만 원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이달 말 경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씨에게서 수백만 원 정도를 받은 또 다른 현직 판·검사들은 징계를 통보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