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비상대책기구 인선위원회(8인위원회)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유재건 이부영 임채정 전 당의장, 이용희 인선위원장,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전 당의장. 신기남 전 당의장은 영국에 있어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종승 기자
여권 내 개혁세력의 한 축을 이루는 ‘친(親)노무현 대통령(친노)’ 그룹들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후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
▽‘대통령 노선’에서 이탈 가속화=8일부터 지방 순회간담회를 통해 진로 논의에 착수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와 진로와 관련한 토론회를 10일 열 예정인 국민참여1219(국참)는 향후 진로를 둘러싸고 진통 중이다.
참정연은 간사인 김형주 의원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발전적 해체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반면 김두관 전 최고위원 등은 “더 선명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진로를 둘러싸고 분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8일도 참정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동영 전 당의장을 비판했다.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는 당의 향후 방침에 보조를 맞추자는 입장이다. 의정연 소속 김종률 의원은 “중도 통합을 지향하는 당의 노선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민주당과의 통합에도 반대하지는 않으며, 시간을 두고 여론 추이를 보자는 쪽”이라고 말했다.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는 친노 인사와 당 외곽 그룹에서도 ‘방향 전환’ 기류가 보인다. 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의원은 “그동안 우리 개혁은 전반에 걸쳐 실패했다”고 밝혔으며, 염동연 사무총장은 민주당과의 통합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부산 출신의 조경태 의원은 7일 의원총회에서 “당이 사망 선고를 받았으니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선 때 대표적인 친노 논객 사이트로 출범한 인터넷 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의 배삼준 대표는 최근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잘못된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항거가 지방선거 표심으로 표출됐는데 대통령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향 전환 왜=친노 그룹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지방선거 참패로 노 대통령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개혁세력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악화된 게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주 출범할 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중도’와 ‘안정’ 성향 위주로 구성될 전망이어서 무작정 ‘친노’ ‘개혁’을 밀고 가기가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
국참이나 의정연 등은 이미 2월 전당대회 때 ‘정동영계’로 대부분 흡수돼 독자적인 계파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관측도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분간 ‘전략적 보수’라는 큰 흐름에 친노 그룹이 편승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정계 개편과 맞물려 대권 후보군 세력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與비대위 구성 어떻게…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당 지도부 역할을 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으로 김근태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기구 인선위원회(8인위원회)는 8일 오전 국회에서 모임을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으고 비대위를 상임위원 7명, 비상임위원 8명 등 총 15명이 참여하는 기구로 구성키로 했다.
상임위원에는 위원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여성 한 명이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나머지 4명은 3선 이상의 중진 중에서 계파를 초월해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김덕규 신기남 유재건 의원 등이 유력하나 배기선 이석현 정동채 김원웅 의원도 거론된다. 이부영 상임고문은 본인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으로는 3선의 이미경 의원이 유력하다.
비상임위원에는 강봉균 홍재형 원혜영 유인태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당 여성위원장인 윤원호 의원도 거론된다.
일각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외부인사의 비대위 참여설이 나오지만 8인위원회의 이용희 위원장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 활동 경력이 없는 인물이 비대위에 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일축했다.
8인위원회는 9일 오전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을 발표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