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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해피엔딩 커플들의 ‘그 이후’

입력 | 2006-06-08 03:00:00


《‘그리고 그들은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다.’ 남녀의 키스 장면과 함께 막을 내리는 해피 엔딩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이런 생각을 한다. 특히 위험천만한 모험을 함께 겪으며 맺어지는 커플의 경우는 그들의 사랑이 영원토록 빛날 거라고 확신한다. 정말 그럴까? 모진 역경을 함께 경험한 끝에 이뤄지는 커플의 모습이 담긴 최근 영화 세 편을 골랐다. 정신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토대로 이들 커플의 진짜 미래를 추정해 보았다.》

▼포세이돈▼

①커플의 탄생=호화유람선 포세이돈(사진)에 승선했던 19세 여성 제니퍼(에미 로섬)와 약혼자 크리스천(마이크 보겔)은 유람선이 거대한 파도에 뒤집히는 재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사고가 있기 전 제니퍼는 자신의 혼전 성관계를 반대했던 아버지 로버트(커트 러셀)와 갈등을 빚지만, 사고가 나자 아버지는 예비 사위 크리스천을 대신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②커플의 미래=일단 제니퍼와 크리스천은 사고 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동병상련’이란 말도 있듯이 사고를 함께 경험한 이들이야말로 서로를 이해해줄 최적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 제니퍼는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행복이 아버지의 죽음을 대가로 얻어진 것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제니퍼는 무의식적으로 ‘나는 행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지배되는 것. 제니퍼는 취미생활이나 성생활처럼 쾌락과 행복을 주는 생활을 기피한 채 금욕주의적 삶을 고집하거나 종교에 기댈 공산이 크다.

▼미션 임파서블3▼

①커플의 탄생=이단(톰 크루즈)은 자신이 첩보원이란 사실을 숨긴 채 의사인 약혼녀 줄리아(미셸 모나한)와 동거 중. 이단에게 붙잡힌 악당 오언이 탈출해 줄리아를 인질로 잡는다.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인 이단과 줄리아는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위기를 벗어나고 행복한 부부생활에 돌입한다.

②커플의 미래=‘나 때문에 아내가 위험에 처했었다’는 죄책감을 가진 이단은 평생 아내에게 정성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편이 늘 뭔가를 자신에게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아내는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남편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면서 남편의 직무상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부 사이에 소소한 다툼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내는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사건을 되뇌고 불안에 떠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릴 수도.

▼가족의 탄생▼

①커플의 탄생=경석(봉태규)는 우연히 기차 옆 좌석에 앉은 채현(정유미)에게 말을 붙이다가 사귀게 된다. 하지만 경석은 사랑과 정이 넘쳐나서 다른 남자들에게도 너무나 친절하게 잘 해주는 채현을 참을 수가 없다. 경석은 “너는 너무 헤퍼”라는 말과 함께 이별을 선언하지만, 곧 다시 만나게 된다. 채현의 집에 찾아간 경석은 채현이 결손가정에서 자라났지만 너무나 따뜻한 가족애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②커플의 미래=남에게 무차별적인 사랑을 베푸는, 흔히들 ‘천사표’라고 불리는 사람의 경우 실제론 이런 행동이 병적인 현상의 발로일 수도 있다. 즉 사랑을 받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이 거꾸로 남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으로 뒤바뀌어 나타나는 것이다. ‘천사표’인 사람들은 의외로 애정결핍인 경우가 있으니 유념할 것. 또 ‘베풂’의 행위는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이런 모습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자신에 대한 남자친구의 사랑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무의식에서 나올 때도 있다. 이때 남자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위(다른 남자와 손을 잡는 행위와 같은)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동정심에서라도 포옹을 일삼는 행위)를 분명히 밝힌 뒤 애인과의 합의와 약속을 통해 선을 명확히 그을 필요가 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